2021 신축년 첫날

2021.01.03 17:09

김학 조회 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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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축년 첫날

삼계 김 학


흰 소의 해인 2021년 신축년(辛丑年) 첫날이 밝았다. 전국의 유명한 해맞이 행사장이 모두 폐쇄된 새해 첫날이다. 그래도 아침 해는 동녘에서 떴다. 아침부터 텔레비전을 켜고 바라보니 KBS에서는 강릉 경포대의 일출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동해에서 치솟아 오르는 둥근 아침 해가 환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김없이 새해는 밝았다.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여느 해 같으면 서울에 사는 아들이나 딸네 식구들이 내려와 시끌벅적할 텐데 오늘은 우리 부부뿐이니 빈집처럼 조용하다.
이른 아침부터 스마트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카랑카랑한 신동우 선생의 목소리다. 정답게 주고받는 새해 덕담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신동우 선생은 80대 후반이신데 매달 초하룻날이면 이 시간에 안부전화를 주시곤 하는 분이다. 새해 첫날 첫 전화였다.
옛날 같으면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새해 특집을 방송하여 심심치 않았는데 오늘은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아무리 채널을 돌려 보아도 내 눈을 끌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거실 탁자에 쌓인 책 중에서 수필집 한 권을 골라 들었다. 올해부터는 시집이나 수필집을 받으면 최소한 다섯 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려니 싶어서다.
또 스마트폰이 울렸다. 서울에 사는 손녀딸의 전화다.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마워서 몇 마디 덕담을 건네고 오빠를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오빠는 아직 자고 있다면서 일어나면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라고 하겠단다.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손녀가 더 귀여웠다. 몇 편의 수필을 읽고 있는데 스마트폰 보이스톡 신호가 울렸다.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의 목소리였다. 몇 마디 안부전화를 건네더니 작은며느리, 손자, 손녀가 바꿔가며 새해 인사를 했다. 비행기를 타고도 열두어 시간 날아가야 하는 먼 곳인데 보이스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니 마로 옆에 있는 것 같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작은아들은 지금 재택근무 중이고 중학생인 손자도 초등학생인 손녀도 집에서 온라인 학습 중이다.
점심때쯤 되니 또 전화기가 울렸다. 고등학교 1학년인 큰손자의 목소리였다. 제법 굵직한 청년의 목소리다. 요즘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학습을 하려니 답답할 것 같았다. 그 아이로서는 전례 없는 첫 경험일 것이다.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세상이어서 안타깝다.
점심때쯤 스마트폰이 또 울렸다. 고등학교 1학년인 큰 외손자 안병현이었다. 그 아이 역시 집에서 온라인학습을 하고 있는데 저녁에는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고 온단다. 그 아이 역시 목소리가 걸걸하여 어른스럽다. 키가 1m74cm라니 코로나19 때문에 시달리면서도 올해 키가 많이 컸다. 제 아빠보다 1cm나 더 크다고 했다. 이제는 나도 그 아이를 올려다보아야 할 처지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큰손자 동현이는 검사가 되겠다는 꿈을, 외손자 안병현이는 약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 아이들이 꼭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둘째 외손자 안병훈, 그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제 엄마가 교사로 재직 중인 서울 광운초등학교 5학년이다. 그 아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잇따라 회장으로 뽑혀서 리더십을 기르고 있다. 어른이 된 뒤에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가끔 그 아이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묻곤 한다. 그럴 대마다 그 아이는 아직 꿈이 없다고 대답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네 주변에서 꿈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그 아이가 언제쯤 자기의 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간밤에 눈이 조금 내렸는데 아침에는 거의 다 녹아버렸다. 두툼한 점퍼 차림으로 산책에 나섰다. 아파트단지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방콕생활을 하는 모양이다. 간단한 운동기구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큰아들의 전화가 왔다. 새해 첫날의 안부전화였다. 역시 큰아들은 심지가 굳고 마음이 깊어서 큰아들다운 면모를 갖고 있어서 믿음직하다.
흰 소의 해인 2021년 신축년 첫날도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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