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7 15:19
기산에서
못자리 일 끝내고
퍼진 몸으로 저녁밥을 먹었다
피곤하고 아픈 몸을 일으켜
아버지가 벌통 보러 가시는 것을 보고
도우려 벌통으로 가까이 갔다
그러다가
그만
두 개 벌통 받침대 중
하나를 밟고 말았다
앞으로 넘어진 8개 벌통들에서
나온 벌떼가 공격을 해오자
벌통이 넘어졌다고 소리쳤다
아버지가 아픈 다리를 절면서
뛰어 오셨다
벌통을 일으키는 데
벌들이 얼굴을 쏘기 시작했다
나는 언덕 밑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몇 방 맞고서 살그머니 벌통 쪽으로
다가가자 그때까지
아버지는 벌통을 정리하고 계셨다
내려와 옷을 터니
벌들이 옷 속에서 쏟아졌다
방으로 들어와
아내는 아버지 몸에 박힌 벌침들을 뽑으면서
걱정을 했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 본
아들 정 의가 속삭였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위태로운데도
줄행랑 치다니...아빠 불효자야"
어머니가 손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 의야, 할머니는 가까이 가지도 않았단다."
온 식구 다 웃었다
나 만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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