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21.04.09 13:40

야윈 몸 / 천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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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윈 몸.jpg

 

 

야윈 몸 / 천숙녀

 

풀지 못한 매듭 있어 입술 문을 닫았다

발 뻗고 싶었지만 웅크린 채 잠드는 밤

여태껏 살아 온 날들 손금으로 박혔다

세속의 무대에 올라 지휘봉 휘두른 손

눈 뜨고도 짚은 허방 스러지는 거품 일 뿐

발끝에 목숨 꽂는 날 먼저 눕던 야윈 몸

미처 못 푼 매듭 줄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실타래 풀어가듯 느릿느릿 걷다보면

숨죽여 울었던 날이 벼린 작두날 같이 시퍼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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