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 13:26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조회 수 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집.jpg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흰 차일이 산허리를 덮었다

여든 여섯

그리도 꿋꿋하시던 생애

흙덩이에 덥혀 답답해 어찌 하실까

차곡차곡 겹쌓은 나날

기쁨과 노여움과 흐리고 맑은 모든 것

붉은 천 쪼가리의 명정銘旌 한 장에

영양潁陽 千公 鎬子 昶子

이렇게 묻힘으로 끝이라니

침구철학인鍼灸哲學人의 불꽃이던 삶

눈물바다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아니면

구름 꽃길 가시느라 꽃가마 타신 걸까

큼지막하게 참을 인자를 쓰셔

벽에 붙여주시곤 성큼성큼 돌아서 가신 아버지

참을 인자 획 하나에 배어있는 혈맥血脈

끓어오르는 부정父情의 깊은 샘물

우물가를 휘덮은 하얀 천의 차일

그 끝자락 휘감는 바람이 아프다

부디 새집에 드신 아버지로부터

이제는 참 편안 하구나라는 편지가

곧 올 것만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 내 길로 가던 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0 112
124 시조 여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3 127
123 절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3.24 110
122 시조 먼 그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5 165
121 시조 지금 여기의 나(我)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7 118
120 시조 ​숨은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9 150
119 꽃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30 170
118 시조 서성이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4.01 223
117 꽃보다 나은 미소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4.01 175
116 시조 말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4.02 174
115 세상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05 199
114 마지막 기도 유진왕 2022.04.08 174
113 아내여, 흔들지 말아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12 156
112 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0 211
111 이스터 달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6 156
110 잔디밭에 저 여린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04 154
109 봄꽃, 바람났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1 153
108 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8 148
107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25 189
106 오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01 131
Board Pagination Prev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