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 13:26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조회 수 6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집.jpg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흰 차일이 산허리를 덮었다

여든 여섯

그리도 꿋꿋하시던 생애

흙덩이에 덥혀 답답해 어찌 하실까

차곡차곡 겹쌓은 나날

기쁨과 노여움과 흐리고 맑은 모든 것

붉은 천 쪼가리의 명정銘旌 한 장에

영양潁陽 千公 鎬子 昶子

이렇게 묻힘으로 끝이라니

침구철학인鍼灸哲學人의 불꽃이던 삶

눈물바다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아니면

구름 꽃길 가시느라 꽃가마 타신 걸까

큼지막하게 참을 인자를 쓰셔

벽에 붙여주시곤 성큼성큼 돌아서 가신 아버지

참을 인자 획 하나에 배어있는 혈맥血脈

끓어오르는 부정父情의 깊은 샘물

우물가를 휘덮은 하얀 천의 차일

그 끝자락 휘감는 바람이 아프다

부디 새집에 드신 아버지로부터

이제는 참 편안 하구나라는 편지가

곧 올 것만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66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04 221
1765 걸어다니는 옷장 이월란 2008.05.05 209
1764 부동산 공식 김동원 2008.05.06 304
1763 사이클론(cyclone) 이월란 2008.05.06 158
1762 어버이날 아침의 산문과 시 이승하 2008.05.07 311
1761 어머니의 웃음 성백군 2008.05.09 169
1760 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선생님 이승하 2008.05.14 257
1759 아가 얼굴위에 강민경 2008.05.15 168
1758 성백군 2008.05.18 103
1757 수덕사에서 신 영 2008.05.19 223
1756 나은 2008.05.21 251
1755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신 영 2008.05.21 651
1754 땅에 하늘을 심고 /작가 故 박경리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신 영 2008.05.24 413
1753 혼돈(混沌) 신 영 2008.05.27 221
1752 일곱 살의 남동생 김사빈 2008.06.05 283
1751 세월 Gus 2008.06.08 120
1750 바람에 녹아들어 강민경 2008.06.09 213
1749 유월의 하늘 신 영 2008.06.11 305
1748 여행은 즐겁다 김사빈 2008.06.12 338
1747 한국전통 혼례복과 한국문화 소개(library 전시) 신 영 2008.06.17 503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