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6 07:00

복숭아 거시기

조회 수 91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복숭아 거시기 >

 

복숭아 거시기를 어찌 만드냐 하셨소?

 

암, 난 알지

많이 만들어 봤거든

아니,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울 아부지 만드실 제

곁에서 유심히 봐 뒀지

 

광 속에 땅을 한 길 파고는

큰 장독을 목까지 묻어요

뒷 산 복숭아 밭에서

향이 근사하고 단물이 줄줄 흐르는

백도 몇 지게 저다 넣고

설탕을 켜켜 뿌리고 정성스레 덮었소

그건 한 해의 성스러운 예식

 

그 다음은 고난의 시간

몰래 침을 꼴깍꼴깍 삼기면서도

한 달을 버티십디다

울 아부지 용해

 

그래도 울 아버진 절대로

복숭아 거시기라 안 하셨소

그건 몸에 좋은 과일 엑기스

가끔씩 광 속에서 노래 소리가 나고

웃통 벗고 주무셔서 그게 탈이었지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신비한 추억에 웃고

 
  • ?
    독도시인 2021.07.19 14:15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그 신비한 추억에 웃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6 미망 (未忘) 이월란 2008.02.17 123
1845 겨울 나무 강민경 2008.02.17 89
1844 겨울이 되면 유성룡 2008.02.18 151
1843 우연일까 강민경 2009.11.11 720
1842 강한 어머니 박성춘 2009.12.09 694
1841 네 둥근 가슴에 붙들리니 강민경 2009.12.16 792
1840 낡은 공덕비 성백군 2009.12.25 717
1839 인센티브 박성춘 2010.02.17 711
1838 아빠의 젖꼭지 (동시) 박성춘 2010.02.17 939
1837 지나간 자리는 슬프다 강민경 2010.02.20 760
1836 박성춘 2010.02.23 748
1835 플라톤 향연 김우영 2010.02.24 1209
1834 깡패시인 이월란 황숙진 2010.03.01 881
1833 곱사등이춤 이월란 2008.02.18 234
1832 눈꽃 이월란 2008.02.19 76
1831 봄을 심었다 김사빈 2008.02.20 114
1830 바람서리 이월란 2008.02.20 247
1829 노을 이월란 2008.02.21 99
1828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2.22 489
1827 心惱 유성룡 2008.02.22 108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