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7 08:07

제기랄

조회 수 11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제기랄 >

 

 

칠십 네 살짜리, 아직 늙지도 못한 사람이

엊그제 그냥 맥없이 떠났소

숨을 안 쉬더라구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구

 

어려서 부모 따라 월남 해서는

구두닥이에 신문 팔이에

시대의 설움 온통 혼자 짊어지고

여기저기 헤집고 살다가

바다를 건넜다누만

어차피 바닥 인생, 밑질 것도 없고

 

악착같이 살은 덕에

학위 따고 교수도 되고

사람도 모이고 돈도 모이고

남부럽지 않은듯 했는데

 

허리 필 무렵 어느 날

의례히 그 공식처럼

병이 찾고, 우리 집을 찾고

그래서 내게 왔더이다

 

회복되면 뭐 하고싶냐니까

제일 먼저, 짜장면 집에 가고

그 담엔 바다 낚시를 가련다고

꿈에 그리던 소원이래, 그게

 

그래서 내가 데려가마 약속했지, 철석같이

유월에 가자 했는데

글쎄, 그 젊은 사람이 갑자기 

숨을 안 쉬어, 바보같이

 

사실은, ‘멍청하게’라고 해도

난 성이 안풀리네

언어가 순화되지 못했다는 둥 주절거리면

당신은 뭘 쌩판 모르는 사람이고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 ?
    독도시인 2021.08.08 12:50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65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강민경 2014.04.22 275
1664 겨울 바람과 가랑비 강민경 2006.01.13 274
1663 신아(新芽)퇴고 유성룡 2006.03.03 273
1662 인연이란 김사빈 2012.03.04 272
1661 지는 꽃잎들이 강민경 2016.03.26 271
1660 한시 십삼분의 글자 박성춘 2007.11.24 270
1659 비와 외로움 강민경 2018.12.22 270
1658 새벽, 가로등 불빛 성백군 2005.07.28 269
1657 기타 2017 1월-곽상희 서신 오연희 2017.01.10 269
1656 빈방의 체온 강민경 2005.08.18 268
1655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8
1654 성탄 축하 선물 이승하 2005.12.21 268
1653 그대에게 손영주 2007.10.29 268
1652 꽃 학교, 시 창작반 성백군 2014.06.14 268
1651 우리의 상황들 savinakim 2013.07.29 267
1650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67
1649 알로에의 보은 강민경 2017.08.11 267
1648 초가을인데 / 임영준 뉴요커 2005.09.12 266
1647 계몽 군주와 테스 형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13 266
1646 노란리본 강민경 2005.06.18 265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