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0
어제:
267
전체:
5,024,084

이달의 작가
2021.08.16 14:27

토르소

조회 수 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토르소

이월란 (2020-6)

 

세월은 두 눈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어요

시선을 거두었을 때 비로소 가슴이 자랐어요

말문을 열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길들이 발자국을 지우는 시간

여전히 두 발은 의식이 없죠

빈손으로 저질러놓음에도 익숙해졌어요

나를 껴안아 줄 두 팔이 자꾸만 짧아지네요

너무 많이 품고 말았죠

한 그루 나무를 닮기 위해 여기까지 온 듯

 

사각지대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섬뜩했던 미완의 응시를 기억해요

원형에 가까운 후회의 뒷모습이었어요

태동 없는 아기처럼 죽은 척 해볼까요

사지 멀쩡한 불구가 된 건

바로 내가 낳은 아들이었어요

유년의 언덕을 구르며 놀 땐

차라리 팔다리가 거추장스러웠는데

 

환상통으로 피어난 꽃들이 만발해요

체온만으로도 눈부신 천형이었어요

이제 막 태어난 거죠

손닿은 곳이 모두 죄가 되어버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

네 개의 흔들림이 모두 사족이었음을

시인하고 목이 잘린 순간을 기억해요

팔 다리가 다시 자라나면 그때서야

문득, 생각을 닮은 얼굴도 보이겠지요

몸속에서 자라는 몸

어제의 환영지를 어루만지다보면

시간 밖에서 자꾸만 팔다리가 자란다네요

 

하루에 한 번씩 무덤에 들러요

어느 날은 왼쪽 눈을 떼어놓고 오고

어느 날은 오른 발을 떼어놓고 와요

더 이상 놓고 올 것이 없었을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을 거에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70 영문 수필 Caliban, Racism and Justification of Colonization in Shakespeare’s The Tempest 이월란 2013.05.24 181
69 영문 수필 Cajun or Creole? 이월란 2014.05.28 12034
68 영문 수필 Burning Bangkok in Frozen Park City 이월란 2014.05.28 259
67 영문 수필 Brazilian Festival 이월란 2013.05.24 140
66 영문 수필 Blended Nation 이월란 2013.05.24 26350
65 영문 수필 Between Public Morality and Private Morality 이월란 2010.12.14 489
64 영문 수필 Became an Optimist 이월란 2011.07.26 5575
63 영문 수필 Badenheim 1939 이월란 2013.05.24 1579
62 B and B letter 이월란 2010.12.14 441
61 영문 수필 Atheist Credo 이월란 2013.05.24 10195
60 영문 수필 Arun Gandhi:Exploration of Non-Violence 이월란 2012.04.10 160
59 영문 수필 Arrangement 이월란 2012.04.10 2325
58 영문 수필 Anon, Tale of Two Brothers, Egyptian fairy 이월란 2014.05.28 1718
57 영문 수필 Anger Management 이월란 2010.06.12 455
56 영시 An Infected Person 1 이월란 2016.08.16 83
55 영문 수필 Allegory of the Cave 이월란 2012.02.05 291
54 영시집 Alaska 이월란 2012.02.05 12383
53 영시 Alaska 이월란 2016.08.16 12921
52 영시집 Airport Terminal 2 이월란 2012.04.10 307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