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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21.08.16 14:27

토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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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소

이월란 (2020-6)

 

세월은 두 눈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어요

시선을 거두었을 때 비로소 가슴이 자랐어요

말문을 열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길들이 발자국을 지우는 시간

여전히 두 발은 의식이 없죠

빈손으로 저질러놓음에도 익숙해졌어요

나를 껴안아 줄 두 팔이 자꾸만 짧아지네요

너무 많이 품고 말았죠

한 그루 나무를 닮기 위해 여기까지 온 듯

 

사각지대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섬뜩했던 미완의 응시를 기억해요

원형에 가까운 후회의 뒷모습이었어요

태동 없는 아기처럼 죽은 척 해볼까요

사지 멀쩡한 불구가 된 건

바로 내가 낳은 아들이었어요

유년의 언덕을 구르며 놀 땐

차라리 팔다리가 거추장스러웠는데

 

환상통으로 피어난 꽃들이 만발해요

체온만으로도 눈부신 천형이었어요

이제 막 태어난 거죠

손닿은 곳이 모두 죄가 되어버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

네 개의 흔들림이 모두 사족이었음을

시인하고 목이 잘린 순간을 기억해요

팔 다리가 다시 자라나면 그때서야

문득, 생각을 닮은 얼굴도 보이겠지요

몸속에서 자라는 몸

어제의 환영지를 어루만지다보면

시간 밖에서 자꾸만 팔다리가 자란다네요

 

하루에 한 번씩 무덤에 들러요

어느 날은 왼쪽 눈을 떼어놓고 오고

어느 날은 오른 발을 떼어놓고 와요

더 이상 놓고 올 것이 없었을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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