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8 10:22

늦가을 억새 / 성백군

조회 수 16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늦가을 억새 / 성백군

 

 

늦가을

산마루를 거닐던 노신사

오름길이 힘든지 잠시 멈춰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실바람에도

흰 머리카락은 먼 길 떠나려 하고

굽은 등은 수렁에 빠진 양 휘청거리는데

발밑, 저 유년의 산기슭에는

아직도 세상을 이기려고 악착 떨던

초록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버리면 되는데

이 나이 먹도록 포기가 안 돼

삶을 놓을 수가 없어서

골짜기에 이는 고운 단풍은 울긋불긋 피멍인 것 같고

언덕 위 나목의 힘찬 가지들은 쓸쓸합니다

 

그래도, 낙엽은 지고

떨어지면서 바람과 함께 멀리 뜨나 가는데

늦가을 억새는

몇 안 남은 홑 씨 그걸 놓지 못해서

바람에 목을 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아둥바둥 살아가는 세상사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 ?
    독도시인 2021.12.29 12:11
    낙엽은 지고
    떨어지면서 바람과 함께 멀리 뜨나 가는데
    늦가을 억새는
    몇 안 남은 홑 씨 그걸 놓지 못해서
    바람에 목을 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아둥바둥 살아가는 세상사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66 약동(躍動) 유성룡 2006.03.08 194
2065 잔설 강민경 2006.03.11 166
2064 죄인이라서 성백군 2006.03.14 153
2063 장대비와 싹 강민경 2006.03.14 100
2062 어머님의 불꽃 성백군 2006.03.14 170
2061 성백군 2006.03.14 210
2060 3월 강민경 2006.03.16 155
2059 세계에 핀꽃 강민경 2006.03.18 192
2058 불멸의 하루 유성룡 2006.03.24 207
2057 살고 지고 유성룡 2006.03.24 138
2056 한통속 강민경 2006.03.25 138
2055 물(水) 성백군 2006.04.05 167
2054 마늘을 찧다가 성백군 2006.04.05 358
2053 꽃비 강민경 2006.04.07 208
2052 신선과 비올라 손홍집 2006.04.07 165
2051 봄의 부활 손홍집 2006.04.07 219
2050 축시 손홍집 2006.04.07 265
2049 시지프스의 독백 손홍집 2006.04.07 334
2048 [칼럼] 한국문학의 병폐성에 대해 손홍집 2006.04.08 303
2047 거울 유성룡 2006.04.08 172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