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정국희

 

 

노란색도 아니고 주황색도 아닌

두리뭉실 뭉툭한 색

다 익으면 이토록 편안한 색을 내는 걸까

온화하게 평정을 찾은 몸

톡톡 두드려 본다

맑은 공명음이 들린다

 

햇볕에 익고 바람 편에 여물면서

제 속을 다 비워내기까지 부대끼며 울었을 몸

해탈의 경지에 든 깊은 방

잘 익은 고요가 깊다

 

평생 수행자 되어 기도와 간구로 살아낸 생이

어찌 이뿐이랴

세상 어머니들 속 들여다보면 눈물 아닌 것이 없는 것을

 

속이 다 보타져 납작하게 응어리진 애간장

멈칫멈칫 들어내는 내게

괜찮다 괜찮다

다 내려놓고 가는 게 저승길이라는 듯

환한 가슴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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