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디'75주년 관련 김효자 기고

2005.09.09 04:30

미문이 조회 수:437 추천:4



"정직 소박한 웃음으로 지구촌 독자 사랑 한몸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코믹하게 그려 전세계 독자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선사해 온 미국의 인기 신문연재 만화 ‘블론디'가 8일로 세상에 나온 지 75주년을 맞았다."

(* 미문이 주; 창간 때부터 52년간 블론디를 연재했던 한국일보는 블론디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지난 여름문학캠프의 강사였던 김효자씨의 '나와 블론디'란 아래 글이다. 한국일보 2005년 9월 7일자에서 퍼옴.)

[나와 블론디] 수필가 김효자씨
교사시절 첫 만남… 50년 친구

지난  주, 미주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한 여름문학 캠프의 강사로 초청을 받아 로스앤젤레스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신문의 알림란을 보고 찾아온 제자의 주선으로 뜻밖에 많은 제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정신여중ㆍ고에서 국어교사로 일하던 시절의 제자들이다. 우리는 모두가 흘러간 긴 세월을 뛰어넘어 그날로 돌아가서 서로 앞 다투어 추억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철없는 새내기 교사라서, 감명 깊게 본 영화 이야기며, 소설 이야기 내가 즐겨 보던 블론디 만화 이야기까지. 그들은 모두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블론디를 보면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미국 중산층의 가족생활 등을 소재로 자연스럽게 친근한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처음 교편을 잡은 것이 1955년이니 블론디와의 만남이 벌써 50년이 된 셈이다.

만화 블론디는 내가 한국일보를 읽는 재미 중에서도 큰 몫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도 최장수 만화의 하나라는 데 주인공 블론디는 도무지 늙을 줄을 모른다.

이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하여 불평을 늘어 놓은 사람이 있었다고 하나, 오히려 만화의 주인공마저도 세월 따라 늙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정 없는 상식에 서운함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블론디는 어느날 귀밑에 흰머리가 돋아난 것을 보고 큰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그러나 블론디의 허리는 여전히 날씬하고 얼굴은 싱싱하며, 마음은 어린이처럼 단순하다.

블론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업주부임에도 언제나 당당했다. 남편에게 밉지 않게 돈을 뜯어내는 장면은 언제나 웃음을 짓게 한다. 여기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블론디네 가정에서는 돈줄을 남편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일반 가정의 생활상이 어떤 것인지 피상적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 우리지만, 미국에 가서 몇몇 가정을 언뜻 보니 그들의 생활상을 매우 적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만일 가장 여성적이고 평범한 한국판 블론디를 만화로 창조해낸다면, 아마도 용돈을 타내려고 고심하는 쪽은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 될 것이다.

사실 이 만화를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단어 하나하나가 미국에서 살아 보지 못한 나로서는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는 버거운 상대였다.

만화의 영문판 옆에 친절하게 한글 해석이 붙었지만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싶은 욕심에 일일이 영어 사전을 열심히 뒤지던 기억이 새롭다.

3년 전 모스크바대학 연구교수로 부임하게 되면서부터는 한국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블론디의 스토리가 가장 궁금해 진다.

◇약력

▦1955년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ㆍ정신여자중고등학교 국어과 교사 ▦1965년 서울여자상업학교 교사 ▦ 1972년 수필문학 편집인 ▦1980년 경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1997년 정년퇴직 ▦2002년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연구교수

입력시간 : 2005/09/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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