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산너울

2022.01.30 17:09

서경 조회 수:21

산너울.jpg

산들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파도처럼 밀려오며 춤을 춘다.
좀 더 가까이, 혹은 멀리 자리한 모습이 의연하다.
그들은 서로 자리 다툼을 하지 않는다.

너 잘났네 나 잘났네 다투지도 않는다.
그 자리는 오래 전 저 위에 계신 분이 앉혀 주신 곳.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여름날이나 눈바람 몰아치는 겨울날에도 꿈쩍하지 않고 제 구도를 그리며 산다.
다만, 깎이고 깎이며 면벽수행할 뿐이다.

산이라 한들 어찌 아픔이 없으랴.
몸 구석 구석 박힌 돌에서 세월이 훑고 간 상채기를 본다.
저 홀로 비망록에 적어 놓을망정 내색하지 않는다.
다만, 계절따라 나무들 새 잎 돋게 하고 꽃 피우게 한다.

가끔은 오솔길과 샘물 숨겨 두고 우릴 부른다.
뒷산은 앞산의 배경이 되어 주고, 앞산은 뒷산의 멘토가 되어준다.
먼 산들을 보며 귀가 하는 길.
산들이 자꾸만 말을 걸어 온다.
말 없는 산이여, 널더러 어찌 말 없다 하리오.

너는 천년 함묵으로 설법하는 큰 스님.
혹은, 따순 눈빛 하나로 산상수훈을 전해주는 예수님이다.
파도처럼 너울치며 오는 능선이여.
네 품에 안길 날 멀지 않았으니, 바다를 사랑했던 나도 너랑 좀더 친해져야 할까 보다.  

(2021. 1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8 (포토 에세이) 반쪽 잃은 무우 (1)-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2.09 439
727 마지막 날을 엄마와 함께(미완성 초고) 지희선 2012.04.23 444
726 어머님 영전에... 지희선 2012.05.05 445
725 (포토 에세이) 가시와 별/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6.16 299
724 (포토 에세이) 주먹 편 알로카시아 잎/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6.16 266
723 (포토 에세이) 주먹 쥔 알로카시아 잎/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06.16 359
722 마지막 날을 엄마와 함께 지희선 2012.07.08 401
721 수필 - 엄마의 채마밭 지희선 2012.07.27 439
720 (포토 에세이) 가을을 불러오는 코스모스/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1 461
719 (포토 에세이) 하얀 코스모스/ 사진; 김동원 지희선 2012.10.01 394
718 (포토 에세이) 비의 회색 초상화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1 280
717 (포토 에세이) 비의 자화상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1 245
716 (포토 에세이) 연잎 위에 앉은 청개구리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1 444
715 (포토 에세이) 오대산 겨울 풍경/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1 485
714 (포토 에세이) 선자령 눈바람이 그려낸 묵화 한 점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1 310
713 (포토 에세이) 달맞이꽃 - 사진/김동원 지희선 2012.10.02 778
712 독도여! 너의 이름은...... 지희선 2012.10.16 540
711 오리 공원에서 지희선 2012.10.17 420
710 지희선 수필선 12편(수정본) 지희선 2012.11.02 745
709 지희선 수필선 연결 - 눈물은 성수입니다/새벽 전람회 지희선 2012.11.06 485

회원:
4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3
전체:
1,317,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