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3
어제:
8
전체:
1,292,254

이달의 작가
2005.03.16 08:49

아버지의 자전거

조회 수 735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의 자전거/오연희


온 겨울을 덮어 주던 두툼한 이부자리
봄이 오면
겨울이야기 품은 솜은
뒷 마당 봄볕에 바삭거리고
아버지 자전거에 실린 이불호청
금오산 언덕배기 저수지로 떠난다
그 뒤를 엄마와 딸 넷 졸졸 따르면
길가 개울물도 장단 맞춰 재잘 거린다

빨래터엔 치맛자락 옹시 맨 아낙네들
조잘대는 수다에 연두빛 고이고
두들겨대는 방망이 장단에
산비탈 진달래 빼꼼이 고개 내민다

삶아 빤 눈부신 호청
돌담에 펄럭이면
건빵 봉지 조롱조롱 매단 아버지 자전거
봄보다 더 으시대며 온다

올 봄엔
부쩍 기운이 없으신지
목젖까지 올라 온 말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가고
느슨해진 눈 껌뻑이며 선 잠 드신 아버지

팔십 평생 아버지와 동행하던 자전거
검버섯 가득한
푹 쭈그러든 다리로
마당 한구석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
  • 오연희 2015.08.19 08:13
    막내 (2005-03-19 07:50:17)

    오늘 엄마생신인데 감기몸살로 내려가질 못했어.이 시를 읽으니 정말 아버지 생각 많이 나네.키크고 잘생긴 우리 아버지,늘 사람좋은 그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우리 아버지. 낡은 자전거로 자식사랑,세상사랑 한껏 실어나르시는 우리 아버지.



    오연희 (2005-03-19 20:42:57)

    수나!..수이구나..안그래도 넌가 싶어서 어제 전화했는데...안받더라...
    정말 그시절이 눈에 선^^해..
    어린시절이 너무 아름답고 그립고..그래..
    우리 결혼같은거 하지말고 같이살자고..
    했던거 기억나? 그립다..진짜..
    아부지 생각하면..가슴이 짠하고..
    너...건강해야지..



    세째딸 (2005-03-24 05:05:25)

    때 늦은 눈발이 날리는 삼월 하순의 오늘은 정말 아버지의 자전거가 그립다-
    오빠의 모습도 그립다.
    엄마와 딸들 모두 모두 그립다.



    오연희 (2005-03-24 11:42:41)

    와~~선아! 정말 웬일이냐..
    너까지 오니까 참말로 기분 조타...야...
    작년까지만해도 아부지가 자전거타고 역꺼정
    날 델다주고 저 멀리서서 손흔들어 주셨꺼덩
    이젠 그자리..빈 그자리 .. 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 사랑한다는 말은 2 오연희 2017.06.20 340
88 수필 실버타운 가는 친정엄마 4 오연희 2015.11.05 334
87 수필 야박해진 국내선 비행기 인심 6 오연희 2016.09.14 329
86 수필 [나를 일으켜 세운 한마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9/22/14 오연희 2014.10.07 327
85 수필 [이 아침에] "거라지 세일, 장난이 아니네요" 4/22/14 오연희 2014.04.28 320
84 수필 드라마 '도깨비'에 홀린 시간 4 오연희 2017.01.31 316
83 그림1 - 모녀 오연희 2014.04.28 303
82 수필 북한 억류 선교사를 위한 기도 편지 오연희 2015.08.21 301
81 수필 애리조나, 영국, LA에 살아보니 오연희 2015.07.06 300
80 호흡하는 것들은 오연희 2014.11.26 294
79 수필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시간 오연희 2015.07.06 293
78 수필 [이 아침에] 우리 인생의 '하프 타임' 7/2/14 1 오연희 2014.07.17 291
77 수필 "결혼 생활, 그거 쉽지 않지" 오연희 2015.07.06 291
76 수필 아주 오래된 인연의 끈 오연희 2015.07.06 290
75 수필 흠뻑 빠졌던 책 한 권 - '외로운 여정' 3 오연희 2017.07.05 278
74 수필 태극기도 촛불도 '나라 사랑' 15 오연희 2017.02.22 271
73 가을 길을 걷다가 오연희 2014.11.26 268
72 수필 파피꽃 언덕의 사람향기 12 file 오연희 2017.05.01 267
71 수필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2 오연희 2017.09.25 262
70 수필 [이 아침에] 공공 수영장의 '무법자' 11/26/2014 오연희 2014.11.26 248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