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전거/오연희
온 겨울을 덮어 주던 두툼한 이부자리
봄이 오면
겨울이야기 품은 솜은
뒷 마당 봄볕에 바삭거리고
아버지 자전거에 실린 이불호청
금오산 언덕배기 저수지로 떠난다
그 뒤를 엄마와 딸 넷 졸졸 따르면
길가 개울물도 장단 맞춰 재잘 거린다
빨래터엔 치맛자락 옹시 맨 아낙네들
조잘대는 수다에 연두빛 고이고
두들겨대는 방망이 장단에
산비탈 진달래 빼꼼이 고개 내민다
삶아 빤 눈부신 호청
돌담에 펄럭이면
건빵 봉지 조롱조롱 매단 아버지 자전거
봄보다 더 으시대며 온다
올 봄엔
부쩍 기운이 없으신지
목젖까지 올라 온 말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가고
느슨해진 눈 껌뻑이며 선 잠 드신 아버지
팔십 평생 아버지와 동행하던 자전거
검버섯 가득한
푹 쭈그러든 다리로
마당 한구석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오늘 엄마생신인데 감기몸살로 내려가질 못했어.이 시를 읽으니 정말 아버지 생각 많이 나네.키크고 잘생긴 우리 아버지,늘 사람좋은 그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우리 아버지. 낡은 자전거로 자식사랑,세상사랑 한껏 실어나르시는 우리 아버지.
오연희 (2005-03-19 20:42:57)
수나!..수이구나..안그래도 넌가 싶어서 어제 전화했는데...안받더라...
정말 그시절이 눈에 선^^해..
어린시절이 너무 아름답고 그립고..그래..
우리 결혼같은거 하지말고 같이살자고..
했던거 기억나? 그립다..진짜..
아부지 생각하면..가슴이 짠하고..
너...건강해야지..
세째딸 (2005-03-24 05:05:25)
때 늦은 눈발이 날리는 삼월 하순의 오늘은 정말 아버지의 자전거가 그립다-
오빠의 모습도 그립다.
엄마와 딸들 모두 모두 그립다.
오연희 (2005-03-24 11:42:41)
와~~선아! 정말 웬일이냐..
너까지 오니까 참말로 기분 조타...야...
작년까지만해도 아부지가 자전거타고 역꺼정
날 델다주고 저 멀리서서 손흔들어 주셨꺼덩
이젠 그자리..빈 그자리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