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오연희
머리 저장 기능은 뒷걸음 치고
기억해야 할 숫자는 늘어만 간다
손바닥 만한 수첩 속에
나를 지탱해 주던 온갖 번호들
눈길만 던지면
즉시 일어나
가고 싶은 길
무시로 열어 주었다
오늘
길을 잃었다
되짚어 보고 뒤집어 봐도
흔적이 없는 길
비밀의 시대에 비밀을 잃어버린
세상이 다 알아도 내가 모르면
모르는 길
추억만으로 이어질 수 없는 길
숫자로 통하는 세상
아슴푸레한 기억 더듬어
마구 눌러보는 번호
네가 나를
삭제하기 전에
되살려야 하는
그 막막한 길
2005년 미주문학 가을호
"심상" 2006년 1월호
잃어버린 길을 기어이 재생해 내려는 우리들. 이러다가 그 길 속에 갇혀버리는 건 아닐까? 자주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기도 잘하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네.
그게 우리 연희 언니의 매력인데...
오연희 (2005-06-22 11:59:17)
수이..너...혼좀 나야겠다..
매력운운하면서 뽀록^^다 내면 우짜냐!
ㅎㅎㅎ
애들이랑 모두 잘 지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