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오연희
느슨한 올에 간신히 매달린 단추
쭉 잡아 당겼다가 바짝 붙인다
실 몇 번 홀쳐 묵고 남겨진 실 꼬리
가위로 잘라 내니
번듯한 치마 한 벌
외출 준비 끝이다
오래 전
어린 딸 손에 잘못 쥐어진 가위
멀쩡한 치마 싹뚝싹뚝 잘라 놓고
잘 했지? 하던
신명난 얼굴 떠 오른다
제 신명에 겨워 뱉은 말
가슴에 꽂히면
가위 잘못 놓아 둔 내 탓이야
잘못 쥐어진 가위 탓이야
달래 봐야지
앞 가슴 바짝 여미며
내 딛는 걸음 걸음
단정한 치마 아래 벌건 종아리
한 껏 팽창해진 실핏줄
오늘 외출은
가위질 소리 유난히
탱탱 하겠다
오레곤문학 2005년호
나날이 승승장구하는 시어들을 보며 아무래도 저는 시를 사표내야 할 것같습니다. ㅎㅎㅎ 오연희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오연희 (2005-04-28 13:26:13)
글을 쓴다는것..
왜 나날이 어렵게만 다가오는지
써놓고 보면 늘 미진하기만 합니다.
멋진글보다 진실한 글을 쓰고 싶은데..
표현력의 한계에 부딪힐때가 너무 많네요.
감사해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