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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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5.05.23 03:31

길을 잃다

조회 수 86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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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다/오연희


머리 저장 기능은 뒷걸음 치고
기억해야 할 숫자는 늘어만 간다

손바닥 만한 수첩 속에
나를 지탱해 주던 온갖 번호들
눈길만 던지면
즉시 일어나
가고 싶은 길
무시로 열어 주었다

오늘
길을 잃었다
되짚어 보고 뒤집어 봐도
흔적이 없는 길

비밀의 시대에 비밀을 잃어버린
세상이 다 알아도 내가 모르면
모르는 길

추억만으로 이어질 수 없는 길
숫자로 통하는 세상
아슴푸레한 기억 더듬어
마구 눌러보는 번호

네가 나를
삭제하기 전에
되살려야 하는
그 막막한 길


2005년 미주문학 가을호
"심상" 200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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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희 2015.08.19 08:24
    막내 (2005-06-08 10:04:42)

    잃어버린 길을 기어이 재생해 내려는 우리들. 이러다가 그 길 속에 갇혀버리는 건 아닐까? 자주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기도 잘하던 언니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네.
    그게 우리 연희 언니의 매력인데...



    오연희 (2005-06-22 11:59:17)

    수이..너...혼좀 나야겠다..
    매력운운하면서 뽀록^^다 내면 우짜냐!
    ㅎㅎㅎ
    애들이랑 모두 잘 지내지? ^^*

  1. 해변에서

  2. 생명

  3. 휘트니스 센터

  4. 언어의 구슬

  5. 편지

  6. 손망원경

  7. 길을 잃다

  8. 가위질

  9. 시나리오

  10. 짜장면을 먹으며

  11. 인사동 연가

  12. 아버지의 자전거

  13. 반쪽의 슬픔

  14. 창세기

  15. 광주에 가다

  16. 개에 대하여

  17. 목련꽃 피면

  18. K시인 이야기

  19. 비오는 날에

  20. 녹차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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