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31 20:57
새
전희진
이 시는 새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새에 갇히는 현상, 그 무단한 경위에 대해 노크하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코카틸이 구석진 방 속에 산다
새집으로 이사가면 새를 길러야지 아침이면 베란다에 볕이 잘 드는 집에서
나는 없고 새가 있는 곳
전생처럼 내 주위를 맴도는 새들
부엌에 환풍기 돌아가는 소음 사이로 새가 우짖는다
시원한 그늘이 흘러내린다 순간 나는 창밖을 내다보고
창밖엔 황량한 사막의 풍경, 죠수아나무 수십 그루와 거침없는 태양의 군락
그 아래 바람의 소용돌이
매시간 새가 운다
새는 방 안에서 운다 자정에 우는 부엉이가 정오에도 운다
새벽 한 시에 울던 딱따구리가 낮 한 시에도 운다
각자 제 시간의 프레임 속에 묶여서
팬데믹 중에도 새는 날아야하고 나는 날아갈 궁리만 한다
새를 길렀던 기억 속으로 새가 날아다닌다
새만 날아다니는 방 아무도 없는 방
코카틸 코카틸 한 마리의 새가 높은 전깃줄에 앉아 있어요
뾰족한 모서리를 떨쳐낼 수 없어요
다섯 살의 방에 갇힌 새 한 마리
아직도 새는 살아 있고
새는 죽지도 않아서 매시간 나를 깨운다
*시와시학 2022년 겨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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