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9 09:40

까치밥

조회 수 1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까치밥 > 

 

 

시절이 가난하다고

마음마저 궁하지는 않았소

 

외려 이웃을, 주변을 더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을, 배고픔을 더 측은히 여겼지

나도 잘 아니까, 배고픈 게 뭔지…

 

마주치는 이에게

진지 드셨습니까, 저녁 드시고 가세요

물론 때꺼리가 달랑거리고, 아니

쌀독 긁히는 소리가 날 망정

그래야 마음이 편했지

못 말리는 사람들

 

식량이 모자라

죽 문화가 발달했다더만

그건 죽도 아니었다네, 그냥 물 붓고

있는 것 뭐든지 밥 조금하고 함께 푹푹 끓이는

그러다 한 식구 더 오면, 새 손님이 들면

거기 물 한 바가지 더 붓고 끓이는

우리네 아낙들은 다 유명 쉐프였으니까

 

단풍 들고 서리 내릴 무렵

벌겋게 익은 뒤뜰의 감 수확할 때면

아버지들은 으레 가지 끝 몇 알을 남기셨소, 그건

세상없어도 지켜야 하는 천칙(天則)

배고픈 까치, 저들도 생명, 이웃이니까

우리가 그런 걸 보면서 자랐구먼

 

그 까치들, 까마귀들 오늘 아침

여기 미국까지 배웅을 왔네

몹시도 반갑다

행복하게 잘들 살거라

 

 

 

 

93043_5106_422.jpg

 

images.jpe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6 꽁지 떼어먹힌 도마뱀(Chameleon) - 김원각 泌縡 2020.11.19 121
485 껍질 깨던 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4 67
484 박성춘 2010.02.23 748
483 시조 깨어나라,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8 163
482 깡패시인 이월란 황숙진 2010.03.01 881
481 깜박이는 가로등 강민경 2015.11.06 137
480 깎꿍 까르르 김사빈 2005.04.02 329
» 까치밥 file 유진왕 2022.09.29 123
478 시조 깊은 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1 98
477 시조 깊은 계절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6 85
476 김학송 수필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2매) 김우영 2011.02.12 875
475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08
474 기타 김우영의 한국어이야기 9 변하는 말과 꼬리아 김우영 2014.06.18 218
473 수필 김우영의 한국어 이야기- 7 김우영 2014.05.11 405
472 김우영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전 중구의 효(孝)문화 가치 증대 아젠다 김우영 2013.02.16 700
471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26
470 기타 김우영]한국어, 세계에 수출하자 김우영 2014.03.23 848
469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768
468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9 김우영 2015.06.28 505
467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5 김우영 2015.06.21 397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