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0 17:58
밥상 - 이만구(李滿九)
나보다는 열 살쯤 어린 내 어머니가 멀리서 환히 웃음 짓고 걸어온다
평상 위에 잠든 날 흔들어 깨운다
그때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여남은 살 철부지 동생들 챙기며 울 밑 애호박을 따서 찌개 끓이고 황세기 젖 쪄서 저녁상 차린다
산 위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노을빛
난 툇마루에 앉아 옛 모습 살피며 목이 메어와 한 술 밥도 넘길 수 없다
어릴 적, 생계란 하나씩 건네주며 타고난 손금이 있어 넌 좋을 거라던 될수록 멀리 떠나가야 명 이을 거라고 앞 내다보시던 속마음 여쭐 수 없다
무엇이 그리 급해 먼저 떠난 젊은 내 어머니가 이국땅까지 찾아와 차려준 꿈속의 밥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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