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14
전체:
249,581

이달의 작가

밥상

2024.01.10 17:58

Noeul 조회 수:57

밥상 - 이만구(李滿九)

  나보다는 열 살쯤 어린 내 어머니가 멀리서 환히 웃음 짓고 걸어온다

  평상 위에 잠든 날 흔들어 깨운다 

  그때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여남은 살 철부지 동생들 챙기며 울 밑 애호박을 따서 찌개 끓이고 황세기 젖 쪄서 저녁상 차린다

  산 위에서 어렴풋이 비치는 노을빛

  난 툇마루에 앉아 옛 모습 살피며 목이 메어와 한 술 밥도 넘길 수 없다 

  어릴 적, 생계란 하나씩 건네주며 타고난 손금이 있어 넌 좋을 거라던 될수록 멀리 떠나가야 명 이을 거라고 앞 내다보시던 속마음 여쭐 수 없다 

  무엇이 그리 급해 먼저 떠난 젊은 내 어머니가 이국땅까지 찾아와 차려준 꿈속의 밥상을 마주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침묵 앞에서 [1] Noeul 2018.01.03 530
80 봄이 오는 길목에서 Noeul 2017.12.22 471
79 겨울 멜로디 Noeul 2019.12.28 390
78 도시의 겨울비 [1] Noeul 2020.05.13 358
77 걷다 오는 행길 [1] Noeul 2021.05.01 325
76 오레곤에 와서 [1] Noeul 2022.11.01 286
75 국화꽃 한 송이 Noeul 2024.02.08 252
74 여창의 달빛아래 Noeul 2024.02.04 210
73 가을에 핀 배꽃 Noeul 2023.01.14 201
72 길 위의 자유인 Noeul 2024.02.05 197
71 유월의 소나무길 Noeul 2023.06.24 183
70 자카란다꽃 Noeul 2023.07.11 135
69 국제전화 Noeul 2023.09.21 135
68 거울 속의 아버지 Noeul 2023.11.06 133
67 몽고반점 Noeul 2024.02.08 126
66 외로운 별빛 Noeul 2024.02.08 122
65 망향 Noeul 2023.11.24 122
64 윤사월 붉은 봄꽃이 Noeul 2024.04.03 112
63 봄의 자리에 누어 Noeul 2024.03.17 111
62 그때 생각이 Noeul 2023.06.21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