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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야

2007.02.17 06:18

이수홍 조회 수:90 추천:8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이수홍 우리 집의 하루 일과는 아침식탁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작이 즐거워야 그 날 온 종일 즐거운 건 당연한 일이다. 막둥이에게 내일을 위해서 저녁에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일이 가끔 있다. 새벽 3시에 부모님 잠이 깰세라 거실에 불도 안 켜고 트로트 스텝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막둥이에게 “왜 이제와!” 벼락같은 아내의 호통이다. 자다가도 어찌 그리 예민하게 문 여는 소리까지 듣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어머니의 힘인가 보다. 아침식탁에서 밥을 뜬 수저로 파김치를 꾹꾹 눌렀다. 이를 본 아내가 물었다. “왜 파김치 방아를 찌세요?” “어젯밤 술자리가 길더니 아침까지 술이 덜 깨서 그래요.” 새벽 3시에 들어온 막둥이를 빗대어 은근히 나무라는 농담이다. 아내는 대뜸 일어나더니 김을 밥상에 올려놓았다. 내가 평소 김을 먹을 때 밥을 뜬 수저를 김 위에 눌러 붙여먹는 습관을 알기 때문이다. 막둥이는 “저녁 늦게 들어오면 아버지에게 꾸지람 들을까 봐 새벽 일찍 들어 왔습니다.” “아버지 아들이 아니랄까 봐 어쩌면 그리도 아버지 젊은 시절 술 잘 마실 때와 똑 같은 얘기를 하니?” 아내의 핀잔이다. 나는 다음부터 술자리가 벌어지면 느지막이 들어오라고 하며 한바탕 웃었다. 오늘 아침에는 설 명절을 지내느라 큰아들 APT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손녀손자에게 너희들이 건강한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초등학교 5학년 손자가 어머니 요리솜씨가 좋아서 그런다고 말했다. 엄마가 요리선생임을 전제로 내가 질문을 한 줄 알고 하는 대답이다. 나는 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분들이 네 엄마를 낳아주셨기 때문에 너희들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또 영국 해군이 왜 강한지 아느냐고 물었다. 손자가 영국은 사면이 바다라 해군이 강하다고 대답했다. 정답이라며 칭찬하고 이런 답도 있다고 들려주었다. “영국 여자들이 고양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잘 자라서 쥐를 잡아먹으니 쥐가 클로버를 뜯어먹지 않아 클로버가 잘 자란단다. 잘 자란 클로버를 소가 뜯어먹고, 소가 잘 자라고 그 소고기를 해군이 많이 먹어 해군이 강 하단다.” 중학교 2학년인 손녀가 대뜸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그 얘기를 글로 쓰세요!” 우리 수필 선생님은 우리가 진지하게 말을 하거나 외국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꼭 글을 쓰라고 하신다. 어쩌면 그렇게 손녀가 선생님과 똑같은 말을 하는가 싶었다. 또 어젯밤에는 그 손녀가 학교에서 배운 논술 얘기를 하면서 내가 쓴 ‘선물’이란 수필에 대하여 검토해 주었다. 선생님이 한 그대로다. 손녀는 내 글 선생이라고나 할까. 큰아들 식구가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샘터마을에 살 때는 우리 내외가 그곳으로 가서 명절을 지냈다. 나는 손녀 손자에게 “샘터마을에서 식사를 한 것 같은 기분이다. 너희들 그때의 친구들이 그립지?” 라고 물었다. 아내가 그때에 있었던 얘기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아침 손녀의 초등학교에 가서 교통정리를 하는 녹색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었단다. 어떤 아주머니가 앞치마도 입지 않고 서 있어서 “아주머니, 저기 신발장에 가면 앞치마가 있으니 입고하세요!” 라고 했단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가 빙긋이 웃으면서 옆으로 오더니 “저, 이 학교 교장입니다. 수고 많이 하십니다.” 라고 하더란 것이다. 아내는 너무도 염치가 없어서 “제가 전주에서 왔는데 손녀손자 어미 대신 와서 이 일을 하게 되어 교장선생님을 못 알아봐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그때의 일이 벌써 옛 추억이 되었다며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어떤 집은 아침식사로 빵 하나 우유 한 잔으로 해결한다는 말도 들었다. 우리 집은 아침식사를 세끼 중 제일 중요시하고 잘 챙겨 먹는다. 그날의 시작이요, 낮에 많은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초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아내의 습관은 아침식탁을 걸게 장만하여 맛있게 먹이고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게 하려는 좋은 버릇이기도 하다. 우리 집 아침 식사는 우리 식구들을 늘 건강하고 즐거우며 행복하게 해 준다. [2006 섣달 그믐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