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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팝콘과 영화/최정순
2007.02.23 08:41
팝콘과 영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최정순
날씨 한 번 좋다. 집에 그냥 있으려니 너무 억울하다. 호주머니에 용돈도 두둑하고 오랜만에 친가에 온 귀여운 손자손녀도 옆에 있으니 오늘 따라 할아버지의 기분이 짱인 것 같다.
“어이, 카타리 할멈!”
평소에 쓰지도 않던 말을 능청스럽게 부르더니만 요놈들과 영화나 한편 보러가지는 것이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애들은
“와! 파이팅이다.”
하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모처럼 애들 손을 잡고 젊은 날의 로맨스를 만끽하며 외출에 나섰다.
오늘은 설 다음날이지만 연일 포근한 날씨다. 아들, 며느리한테 받은 용돈도 두둑한 날이다. 서울내기 손자손녀와 메가박스란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관은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초만원이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났다. 젊음의 냄새, 어린이냄새, 어른냄새, 할아버지냄새, 거기다 팝콘냄새까지 합세를 했다. 요즘 졸업시기에다 대학입시도 끝났고 우리나라 최고의 명절인 설까지 포함되었으니 이 이상 얼마나 더 들뜨겠는가. 팝콘 담을 종이컵과 관람권을 받아들고 온 할아버지는 젊은 아버지같이 보였다.
팝콘은 넓은 유리관 속에 풍성히도 들어있다. 그 많은 수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다. 아니, 퍼주고 또 퍼주어도 그대로인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풍성하게 보이는 오늘이다. 종이컵에 팝콘을 꾹꾹 눌러 담아주는 아저씨도 오늘만큼은 인심 좋은 옆집 아저씨 같다. 팝콘을 받아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영화는 시작되었고 계속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다. 손자손녀를 나란히 앉히고 영화를 보았다. 슬그머니 9살짜리 손녀가,
“할머니, 저 남자주인공 참 예쁘지?”
하며 물었 같.
“그래, 참 잘생겼다.”
대답하곤 속으로 웃었다. 아니, 이 작은 꼬맹이 눈에도 이성이 보이나 보다. 생각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좀 간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뱃속에서부터 이성을 알고 나온다더니, 벌써 이성을 느낀단 말인가! ‘남녀 7세 부동석’이 아니라 ‘남녀 7세 전자석’ 이란 말이 맞는 말 같다.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이성의 흐름도 빠른가보다. 영화를 보면서 감격한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 여자 주인공이 사고로 죽어버린 탓이다. 이것을 본 손녀,
“할머니, 슬퍼?”
감정처리를 잘못한 할머니가 주책인가, 손녀가 감정처리를 잘하는 꼬마 달인인가 잘 모르겠다. 영화는 끝났다. 팝콘은 낙화처럼 영화관 바닥 여기저기 흐드러져 있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열심히 비로 쓸고 다녔다. 팝콘이 꽃송이로 보여서 아이들한테 흘리지 말라는 주의마저도 미쳐 주지 않았다. 오늘따라 팝콘은 카펫에 핀 매화꽃 같았다. 팝콘을 먹어서 비만에 시달린다는 건강상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극장 매점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것이 팝콘이란다. 영화가 흥하면 팝콘도 많이 팔린다니, 영화와 팝콘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나 할까. 두 시간 동안의 영화를 감상하는 곳에 팝콘이 있듯이, 인생이라는 영화에는 명절이 팝콘인가.
(2007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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