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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디드로 효과

2007.04.02 09:02

박정순 조회 수:74 추천:8

디드로 효과 (Diderot Effect)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중) 박정순 요즘 디드로 효과라는 말이 경제용어로 새롭게 등장했다. 철학자․문학자이면서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주의 사상가 디드로가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라는 수필에서 시작된 말이라고 한다. 수필내용은 디드로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왜 우울증에 시달리는지 차분히 되짚어 보았더니, 친구에게 선물 받은 우아한 진홍색 실내복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로부터 서재용 실내복을 선물 받고 그동안 입었던 낡았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실내복을 버리게 되었다. 새 실내복을 입고 보니 서재의 낡은 책상이 어울리지 않아 책상을 새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책상을 새것으로 바꾸고 나서 책장이 어울리지 않아 책장을 바꾸고, 시계, 벽걸이 등을 바꾸다가 급기야는 서재 전체를 바꾸게 되었고 서재에서 바뀌지 않은 것은 방주인인 디드로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물 받은 진홍빛 실내복과 어울리게 하려고 서재 전체를 바꾸고 나서 처음에는 만족하였지만 얼마가지 않아 비좁고 혼잡했지만 편안했던 옛것들이 그리워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디드로의 경험이 묻어 있는 디드로 효과는 현대인의 소비 형태를 설명해 주는데 도움을 주는 이론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또한 이 일화는 현대인들이 한 가지 물품을 소비하고 나면, 그에 맞춰서 다른 물품도 함께 소비하고 싶어지는 심리를 일컫는 말로 대체되어‘디드로 효과’라 불리게 되었다. 상품이 의식을 지배함으로써 소비가 소비를 부른다는 얘기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심리적 욕구에 좌우되다 보면 자연히 비싼 것, 흔치 않은 것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남과 구분하려는 과시적 소비가 생겨나게 된다. 디드로 효과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사무실을 넓은 곳으로 옮기고 나서 새로운 사무실에 맞는 내부 장식이나, 시설, 가구와 집기 등을  차례로 바꾸기도 한다. 그 뿐이 아니고 사람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에도 디드로 효과가 적용된다. 직장이 서비스업인 사람은 직업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하고, 옷에 맞추기 위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구두를 새로 사고, 말하는 모습이나 억양은 물론 자세나 행동까지 바꾼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원래 모습이나 품성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이 직업이나 사업에 따라 연관된 것들을 변화 시키거나 바꾸는 것이 디드로 효과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것 하나를 바꿈으로서 연관된 것들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나 직업에 맞추기 위해서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디드로 효과와 전혀 다르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디드로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 인생의 전성기였던 90년대 초에 그 당시 맨션아파트라고 불리던 43평 아파트를 분양 밭아 입주했다. 다른 사람들은 50세가 넘어서도 장만하기 어려웠던 43평 아파트를 30대에 구입하고 입주 하였으니 그 기쁨과 감동은 대단 했었다. 젊은 나이에 넓고 좋은 집에 입주하고 보니 그동안 사용했던 가구나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일먼저 집과 어울리는 비싼 자개장롱과 분위기에 맞는 고급 커튼을 구입했다. 그리고 거실에 맞는 대형 텔레비전을 구입하고, 식탁과 소파를 바꾸고, 고급책장을 구입하였다. 세탁기를 설치할 전용 공간에 맞는 대형세탁기와 빨래 건조기도 구입했다. 그런 다음 넓은 베란다에는 작은 정원과 분수대를 만들어서 모든 것을 집과 어울리게 바꾸고 꾸몄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에 입주하기위해 들어간 비용이 엄청났지만 새 집과의 조화를 위해서는 아까운 마음보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나니 모든 것이 만족하고 행복했다. 그리하여 퇴근길에 좋은 그림이나 분재화분은 물론 집을 꾸밀만한 것들을 자꾸 사들이는 게 일과였다. 정말 하루하루가 새롭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느끼는 행복감은 현실이 아니고 꿈을 꾸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조망권이 좋아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열면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아파트 뒤에는 상수리나무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었다. 마치 천국에 사는 것 같은 생활은 3개월쯤 지나면서 시들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고, 더 나은 환경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좋은 환경에서도 불평거리를 찾는 인간의 이중성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아내도 처음에는 쓸고 닦고 정리하고 장식하는 것이 즐거움이요 낙으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넓은 집을 혼자 치우고 가꾸는 일이 힘들었는지 아이들과 나에게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집이 넓고 편리하고 안락하다는 것이 그렇게 큰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에 살던 집의 몇 배의 값이었지만 전보다 조금 낳아졌다는 생각이 들 뿐 오히려 불편한 점도 있었다. 어쩌다가 부부싸움으로 화가 풀리지 않았을 때는 넓은 집이라는 이점을 살려 각방을 쓰기도 했다. 좁은 집에서 살 때는 부부싸움을 해도 어쩔 수 없이 한 방을 쓰니 다음날이면 화해가 되었는데 집이 넓다보니 화해하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하는 단점도 있었다. 정말 원하던 것을 소유한 기쁨 뒤에 오는 공허감이나 정체성의 혼란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된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드로가 자신의 서재  전체를 바꾸었지만 기분이 우울하게 된 것은 인간의 속성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 누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소유한 삶이 아니고 현실에 대한 자족과 감사의 마음이 클 때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드로 효과의 긍정적인 면이 변화와 조화라고 한다면 부정적인 면은 지나치게 소비 중심적인 면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해 하는 것이다. 디드로와 같이 많은 돈을 들여 서재를 바꿔놓고도 우울해 하지 않으려면 오래되고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무언가를 바꾸고 버리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