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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상쇠 아버지와 대포수 딸
2007.10.06 09:23
상쇠 아버지와 대포수 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박귀덕
높은 하늘 아래 파란 잔디밭에서는 흥겨운 우리 가락이 흐르고 있어서 나는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왼쪽 뺨에는 빨강 고추잠자리를 그리고, 까만 수염을 달았으며, 대장군 모자를 쓰고 망태를 짊어진 채, 총을 높이 들고, 빨간색 색동반소매 더거리를 입은 대포수로 변신하니 먼저 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하얀 적삼과 바지위에 검정색 반소매 더거리를 입으시고 빛바랜 상모를 쓰셨다. '農者天下地大本'이라는 깃대를 든 청년이 앞장을 서면 꽹과리를 들고 맨 앞줄에 서서 갠~지, 갠~지, 갠~지, 갠~지하시면서 머리를 흔드셨다. 상모의 부포를 하늘을 향해 올곧게 세우시기도하고, 휘휘 감아 돌아 원을 그리기도 하셨다. 왼손에 꽹과리를 들고 계실때는 늘 행복한 표정이셨다.
사랑방에서 친구들과 북을 치며 시조를 읊으시던 때보다도, 하얀 두루마기 차림에 가죽가방을 들고, 하나밖에 없는 구두를 꺼내 신고 휘적휘적 나들이하실 때에도 아버지는 기쁜 표정이었다. 아버지는 꽹과리를 들고 갱갱~갱~깨갠~지갱갱~깨, 갱~갱~갱깨갱기리갱기리갱갱 질굿을 치며 고삿을 돌 때 어깨에 흥이 배어 났다. 오금을 주며 우쭐우쭐 하는 몸짓에서 기쁨이 파도가 되어 넘실넘실 퍼져나갔다.
아버지는 전에도 내게 글 소재를 주시어 2004.1월에 등단의 기쁨을 안겨주시더니, 오늘 다시 일반부 대포수로 개인연기상을 탈 수 있게 해 주셨다. 소충사선문화제전위원회에서 주최한 제13회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총을 들고 춤을 추었다.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듯이 잡색이 되어 놀이판의 흥을 돋우었다. 양반이 새 각시와 놀아나면 할미가 샘을 내고, 양반이 각시와 놀 때면 대포수가 양반을 끌어내어 골탕 먹이다가도 함께 춤을 추며 신명나게 놀았다. 굿판에서는 양반도, 대포수도, 무당도, 각시도 할미도 모두 어우러져 놀았다.
상쇠의 꽹과리 가락에 맞춰 장구잽이, 징잽이, 북잽이, 소고잽이, 잡색이 어우러져 한판 굿을 만들었다. 흥겹게 진풀이를 하고, 힘차게 미지기로 밀어붙이다가 되레 밀린다. 젊은 청년들이 설장구가락을 연주한다. 그들의 힘찬 동작에 흥이 우러나고 강하고 약한 가락을 기교를 부리며 연주한다. 객석에서 흥겨워 손뼉을 친다. 강하게도 하다가 끊일 듯이 이어가는 설장구가락 맛이 살아난다. 맺는 가락과 푸는 가락을 연주하는 기교가 뛰어나다.
풍물가락도 맺는 가락이 있으면 푸는 가락도 있는데 난 아직 막내 올케가 섭섭한 말을 했다고 해서 맺고 있는 마음을 풀지 못했다.
"네가 땅에서 맺으면 하늘에서도 맺을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 것이다."
하신 성경말씀도,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해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해주시라고 하는 주기도문도 맺음이 있으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이치를 말해주고 있다. 마음에 담아둔 섭섭함을 풀고 나면 무거웠던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겠지. 풍물이 모든 것을 아울러 화음을 만들듯이 형제간의 친목도 화합의 화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전주시청공무원풍물패가 올해는 수준 높은 풍물을 보여드리고자 설장구도 넣고, 풍물소품도 새롭게 갖추며, 연습 시간도 늘리고, 인원도 확충하여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시켰다. 들어내고 말은 안했지만 야심차게 대상을 넘봤다. 그러나 작년의 최우수상보다 한 단계 낮은 우수상을 받고 섭섭해 하는 눈치들이다. 내년에는 대상을 꼭 거머쥘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그런 큰 상을 받는 것보다도 세상을 살면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한판 굿을 만들어내듯이 즐겁게 살아가는 나날이고 싶다.
(200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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