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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겪어봐야 안다
2007.11.06 06:39
겪어봐야 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금요반 김영옥
가끔 바쁘다고 푸념하는 나를 보고,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이제는 얼마든지 편히 살아도 되는데 왜 사서 고생 하는지 알 수 없다고들 한다. 지금 나는 돈 버는 일이 아니면서 잠도 설칠 정도로 바쁘다. TV도 10분을 손 놓고 본 적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헛되게 시간을 보내면 죄스러움까지 들고, 남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못마땅해 안달이니 이것도 필시 병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내 딴엔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깨달았기에 고생을 자초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네 명의 우리 아이들이 한창 학생이었을 때 가사에 보탬이 되려고 참기름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집집으로 다니면서 외상으로 기름을 주고 값을 준다는 날 가면 다음에 준다고 미루고 그 다음 가면 또 미루고 밑천도 없이 시작한 것이어서 너무 애가 탔다. 약속한 날짜에 대금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일,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약속을 잘 지켜주는 것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크게 배려함이 아닐까? 또 한 번은 어느 집에 일일파출부로 갔었는데 긴긴 봄날 산더미 같은 빨래를 어깨가 빠지도록 깨끗이 빨아놓고 돌아 올 시간쯤에 갑자기 한 아름의 빨랫감을 더 내놓아 울면서 그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삯을 받아들고 오면서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서 득을 보려하는 무정한 세상인심을 뼈저리게 느꼈다.
가끔 우리 주변에서도 윤택하게 살아온 이가 자기만 못하게 산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심코 함부로 던진 말에 한쪽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섭섭해 하는 걸 볼 때가 있다. 배고파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배고픈 사람의 처지를 알며. 마음 아픈 일이나 무시를 당해 서러움을 겪어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겠는가. 무거운 이삿짐을 옮겨 보지 않은 사람이 그 수고를 알 리가 없다. 자기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히 여겨 약속을 어기거나 폐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농부가 곡식 한 알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도 농산물이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의 노고를 알기 때문이리라. <올바른> 사람이라면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동정심을 갖고 대하고 경멸하는 말이나 행동은 않아야 하지만 자기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상대방의 고충을 어찌 알겠는가.
언젠가 셋째 딸이 한 말이 떠오른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는 딸이기에 불혹의 나이가 넘었으니 이제 수필을 써보라고 권했더니,
“이것저것 겪어본 것이 많아야 좋은 글이 우러나오지 평생 아무 고생 없이 편안하게만 살았더니 글감이 없어 안 써지네요.”
라고 했다. 맞은 말인 듯싶다. 내 자녀들에게 내가 겪은 고생만은 물려주지 않으려고 애면글면 애를 쓴 것이 오히려 잘못한 것이 아니었던가 자책해 보기도 한다.
이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아직도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적당한 체험을 해보는 것이 어울려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듯싶다. 해변에 깔린 몽돌과 철길에 깔아놓은 모난 돌과 비교를 해보자. 수백 년 거센 파도에 시달린 몽돌을 밟고 걷노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닳지 않은 모난 돌을 밟으면 상처를 받으니 다신 밟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이 만나면 기분 좋은 몽돌 같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아이들은 풍요로움 속에서도 결핍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문명의 이기들이 다 해결하고 원하기만 하면 부모들이 모두 다 해준다. 부모들이 문제인 것 같다. 머릿속에다 지식만 채워 주려고 힘쓰고 체험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몸소 겪어보지 않았는데 어찌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심을 나타내며 고마움을 갖고 위로하고 배려하겠는가? 그러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손자손녀들이 많은 것을 겪어보도록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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