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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납자루와 피라니아

2007.11.08 05:42

신기정 조회 수:78 추천:8

납자루와 피라니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괒과정(야) 신기정 예전에 취미삼아 납자루를 키운 적이 있었다. 잉어목 잉어과의 민물고기인 납자루는 일부 지방에선 각시붕어라는 예쁜 이름으로도 불린다. 몸길이는 50∼90mm로 작고 귀여우며, 조개의 몸에 알을 낳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물이 맑고 수초가 우거진 얕은 개울에서 조잘거리듯 산다.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먹이를 주면 온 수족관을 휘저으며 멋진 카드섹션을 벌이곤 했다. 수컷의 배에 무지갯빛 혼인색이 드러나면 더 아름답다. 많은 이웃들이   “이 열대어 이름이 뭐예요?” 라는 질문을 할 때도 있었다. 토종답게 잔병치레도 별로 안하고 관상가치가 높은 보배로운 녀석들이었다. ‘피라니아’는 ‘식인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잉어목 카라신과의 열대성 담수어종이다.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유역에 주로 살며, 원주민 말로는 ‘이빨이 있는 물고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몸길이는 30cm에 이르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을 건너는 동물들을 뼈만 남기고 먹어치우는 성질 사나운 무법자이다. 피라니아가 떼를 지어 달려들면 코끼리나 악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다만 건기에 웅덩이가 마르면 얕은 물에서 퍼덕거리다 악어에게 먹히니 둘의 관계만큼은 무승부가 된다. 포악한 이미지와 함께 어두운 반점이 박힌 몸빛이 아름다워 대형 수족관의 단골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납자루와 피라니아! 크기나 모양새로는 납자루는 ‘선(善)’을, 피라니아는 ‘악(惡)’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표현해도 될 성싶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에서 먹이가 부족하면 서로 잡아먹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키는 것은 똑같다. 또 먹이가 풍부해도 다치거나 병들어 비실거리면 동료들에게 뼈도 추스르지 못하는 ‘약육강식의 법칙'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물들이 죽은 동료를 먹어치우는 것을 보면 문득 그들이 변명거리로 삼을만한 노래가 떠오른다. 바로 김민기의 ‘작은 연못’이다.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잔인해 보이지만 야생에서의 동료취식은 세 가지의 합리성이 존재한다. 첫째는 열성인자 제거를 통한 보다 강한 종족보존의 실현이다. 다음으로 고단백 영양자원의 재활용이다. 야생에서 출산 뒤에 태반을 삼키는 어미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시체를 방치할 경우에 물의 오염 - 용존산소 부족 - 전체 사망에 이르는 악순환 고리를 미리 끊는 것이다. 더하여 식인종의 인육취식에 이르면 죽은 이의 혼과 강인함을 이어받고자 하는 주술적 갈망이 추가된다. ‘누가 링에 오를지도 미정, ․이런 대통령선거는 없었다.’ 한 정치인의 은퇴번복과 대선출마를 전하는 어느 신문의 헤드라인 제목이다. 사랑과 권력은 움직이는 거라고 했던가? 흡사 메기들이 납자루 떼와 아슬아슬한 경계를 두고 노닐던 연못에 가물치가 더해진 모습이라고나 할까. 금세 큰 회오리가 몰아칠 형세다. 선택의 시간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답을 주어야할 납자루들은 아직 미동도 없다. 오히려 제 멋에 사는 군상들이 억지로라도 벌이려는 굿판이 어색할 지경이다. 뒤척이다 꿈을 꾸었다. 퀭한 눈을 매단 머리빗 하나가 수족관 가장자리를 에돌고 있었다. 물레방아가 내뿜는 물방울이 입에 걸려 터지자 ‘왜 하필 나냐’며 울먹이는 듯했다. 중심을 향한 끝없는 동경이 있는 한 동료에게 잡아먹히는 피라니아와 납자루의 비명은 계속될 것이다. 누가 그 속내를 안아줄 수 있을까? 외국에서 더 재미있어하는 하 수상한 난장(亂場)에 행여 붉은 빛이 더해질세라 여린 애기단풍들이 서둘러 투신하는 씁쓸한 늦가을이다. <2007.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