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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울새 Songbird… 3-8

2012.04.20 14:22

유봉희 조회 수:166 추천:10


Songbirds
  유리울새

유 봉 희


유리울새 한 마리가 마당을 서성입니다
자기가 야생 새라는 것도 잊었는지 그렇게 여러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 겨울은 과일나무 우듬지에 손길이 닿지 못해 남겨진 과일들이 과일주로 매달립니다
유리울새가 아주 좋아하는 먹거리입니다.

과일주에 취한 유리울새가 제 날갯짓을 감당하지 못하고 잔디밭으로 떨어질 듯 주저앉아 버리고 창문에 비친
나무숲으로 날아들다 머리를 부딪치곤 합니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옵니다

봄은 그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마당 한구석 화단
꽃분 속 깊이 감추어 두었던 도토리며 과일 씨들이
유리울새의 기억력을 깨우지 못한 채 싹을 내고
잎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담 위로 물러나 앉은 유리울새는 머리를 좌우로 흔듭니다
새머리, 새머리, 하며 한탄하는가 봅니다
새가 새머리를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사람인 나도 새머리로 살 때가 많은데 말입니다.

나는 사과 한 알을 담 위에 슬쩍 올려놓고 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