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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지신밟기… 2-15

2012.04.20 16:47

유봉희 조회 수:98 추천:11

Emperor Penguin
    남극의 지신(地神) 밟기

유 봉 희


야수의 울음으로 달려온 바람이 거친 숨을 몰아
눈보라를 일으키는 이곳, 하늘가로 물러선 달이
차가운 눈초리로 빙판을 다시 얼리는, 남극의 밤>

여기에 무슨 집회 있어, 저렇게 무리지어 있을까
발까지 내려오는 검은 코트에 흰 목도리 가슴까지
흘러내려 모자 쓴 머리 깊숙이 숙이고 들려오는 소리
야수의 바람뿐인 이곳에서 잔걸음 잘잘 끌며
한 방향으로 돌고 있다

얼른 보면 사람의 무리 같은 그러나 고개든 달빛에
보니 펭귄들이다 원 안은 소복이 쌓인 안식,
원 밖은 칼날의 추위 자기 차례를 비켜가려고
날개를 퍼덕이며 싸우지 않는다 남극의 광장에서는
가지런한 평화가 지신밟기*를 하고 있다

펭귄의 발 울림이 지구의 날줄을 타고 내려와
내 침대 속까지 전해온다
나는 너무 오래 원 안에만 있지 않았나.



* 지신밟기(地神―) : 음력 정초에 집집마다 돌면서 지신(地神)을
  진정시키고 잡귀를 몰아내고 가신의 축복을 비는 일로 하는 마당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