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 강(Mojave) 2-6

2012.04.20 17:43

유봉희 조회 수:211 추천:32

모하비 강

유 봉 희

선인장이 목을 늘리며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따라가 보아도
이 벌판, 소나기에 발 적셔본 지 참말 오래다
견디다 못해 어떤 선인장은 제 가지 꺾어
새 땅을 찾아간다지만

모하비 강은 마른 가슴 열어 놓고
무엇을 생각하나
목마른 한낮, 길게 참았다가
밤이면 은하수로 올라
돌아오지 않는 물고기대신 별을 품는 것일까
땅속 깊이 흐르는 제 물길에 귀 적시며
어둠 속 뿌리들과 얼싸안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생이라며
기뻐하고 있는 것일까

햇살에 물 비늘 반짝이며
바다에 닿고 싶은 마음 하나로
망망한 갈증을 견디고 있는 모하비강,
물이끼 말라붙은 검은 자갈로
제 가슴에 꼭꼭 못박으며
마음속 여러 갈래 길 열어놓고 있다

[문학과 창작] 당선작 / 2003/04/13

The Mojave River

Debussy, Debussy / "La Mer" 中 Jeux de vag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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