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희 서재 DB

제2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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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방엔 밀물과 썰물이 함께 흐른다
유 봉 희


그녀의 9층 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눈 높이 조금 밑으로 왕복 12차선엔
밀물과 썰물이 함께 흐른다
가까이 내려다보면 새들은 떠낫는지
빈 새집이 소음을 이고 있다
먼 풍경은 매연에 지워지고
도심을 빠져나가는 느린 차들이 붉은 줄을 긋고 있다
우주 밖으로 멀어져 가는 별들이
붉은 몸을 만들며 멀어지듯
떠나가는 것들은 붉은 줄을 만든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더러 서풍 부는 날
창문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 하나를 잡아 놓는다
몇 년째 푸른 손만 내려놓고 있던 양란이
줄기를 올리고 몇 개의 몽우리를 달고 있다
며칠 후에는 꽃 방울을 터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