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남은 햇살이
마른 능선을 보듬고 있는 저녁
누가 부르는 듯 길을 나섰습니다.
가까운 바다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지
길가에 유도화는 하얗게 다시 떠오르고
들리지 않던 새소리 갑자기 커집니다.
바람새 위로 달 떠오릅니다.
달이 세상을 마주 보려고
뒷걸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 이틀 지나면 보름달로 차오르겠지만
지금은 한쪽으로 가만히 기울어진 얼굴
어떤 슬픔과 쓸쓸함이 기댄 모습일가요.
저 달이 바다바래로 어두움을 불러오지 않았더라도
그의 등 뒤 바위츠렁 아득해
마른 여울 바람소리 깊어집니다.
이 밤엔 서늘한 그림자를 풀어서
달의 뒤편을 가만히 만져보고 싶습니다.
바람 조용히 이는 지상의 길이 하늘 숲으로 닿습니다.
* 바람새; 바람을 새로 비유한 말
* 바위츠렁; 바위가 험하게 치렁치렁한 곳
* 바다바래; 간절한 소망을 품은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