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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피레숀 포인트 (Inspirations Point)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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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오른 사람은 정상의 꼭짓점을 생각하며
야호, 크게 소리 한번 지르려 할지 모르지만 백팩을
메고 땀 흠뻑 젖은 이나 자전거 페달로 숨 닿게 올라온
이나 혹은 언덕길을 굽이굽이 차를 타고 왔더라도
멈추어서 솔바람 깊이 들이쉬고 휘돌아보는 곳. 저기
금문교가 반짝반짝 금가루 묻은 엽서를 날려 보내면
구름치마 휘 둘러 감은 그 다리를 건너서 훌쩍 다른
세상으로 넘어 가고도 싶지만. 자글자글 사람 사는 아래
동네에 잠시 눈 주다가 조금씩 시계 방향으로 몸을
돌려보면 어느새 보리밭 황금색으로 몸색을 바꾼 야산들. 어떤
사람은 한낮에 달빛이 내린 산이라고 시인이 되어 말했고
월낫 크릭에 하종순 화백은 누운 여체의 보드라운 곡선
이라고 하던데, 깍아지른 설산을 좋아하는 나는 산이라
하기엔 낮고 언덕이라 하기엔 높은 이곳을 무심히 흩다가
저기, 둔덕 사이사이로 물길을 새알처럼 품으며 흘러내리는
걸음을 만났다 고여 있는 듯 흐르는, 흐르는 듯 고여 있는
둔덕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조용히 출렁이며 내일을
다시 포용해도 될 것 같은 아슴푸레한 예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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