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 들어서
여기저기 나무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그 모습 다 하나같이 보여
어떤 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잎이 보이지 않아서
꽃이 보이지 않아서
이름 불러줄 수 없는 것들
어디 꽃과 나무뿐이겠는지.
나뭇가지들 바람벽에 윙윙 부딪친다.
자기에게 든 저 매서운 회초리
언제 거두려나.
눈 맑은 이월의 하늘이 몇 가락 구름을 풀어내어
너그럽게 그들을 품어준다.
이제 꼿꼿한 우듬지로 상상의 날개를 피워 올리며
보이지 않는 땅속 뿌리 발들은 절은 울음을 버리고
대지의 끝없는 변주곡을 더듬어 옮겨 담겠지.
형용사도 수식어도 떼어내며
가지마다 주어가 되고 동사가 되는 당찬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