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잠의 벼랑으로 세상이 떨어지는 이 시간
혼자서 파란 눈을 켜고 지키는 화씨 60도는
그가 지키려는 굳은 약속이다.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는 그의 뇌심장이다.
잠결에 들으면 뱃고동 소리로, 프로펠러 소리로
가족들을 아늑한 잠으로 실어가는 그의 걸음이 고맙다.
혼자 깨어 있는 것들의 힘겨운 숨소리
가뭇가뭇 멀어지는 꿈길에서
지키지 못한 나의 약속들이 가물거리는 등불로 서 있다.
우리의 약속들 속에는 그것을 지킬 수 없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확실한 것에 무슨 약속이 필요할 것인지
엄마가 아기에게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다시 꽃을 피우겠다고 봄이 약속할 필요 없듯이
차라리 나도 임계점을 감지하는
센서 하나를 심장 안에 넣어 두고 싶다.
이 차가운 밤에 물결에 바람결에 떠나간
손 시린 약속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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