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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雪夜) · 김광균

2009.11.23 03:39

arcadia 조회 수:751 추천:32




설야 (雪夜) · 김광균















































설 야 (雪夜)




- 김 광 균 (金光均)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기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金光均:1913-1993) 시인.

개성출생. 1930년 동아일보로 데뷔. 자오선 시인부락 동인.

다분히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온건하고 차분한 회화적인 이미지,

소담하고 선명한 수채화풍의 터치, 달콤한 애상을 곁들인 신선한 현대적

감각으로 소시민의 감정을 채색하여 독자의 마음을 매혹시킨다.

와사등 (39) 추일서정, 설야 등의 시가 애송되고 있으며, 은수저,

기항지 (47) 황혼가 (57) 영미교(永美橋) 등의 시집이 있음.






1993년 11월 23일. 시(詩) 설야 (雪夜) 의 주인공 김광균시인이 뇌졸중

때문에 쓰러졌고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니

첫눈 내린 다음날이었다고 하네요.



김광균은 사업가로서도 유명했습니다.
1950년 동생이 납북되자 아우가
경영한 무역회사 ‘건설실업’을 맡아 꾸려나갔고
무역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건강이 악화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시의 세계’로 돌아왔고 세상을 떠나기 전 “기업을 한 것은 생활의 방편이었다.
내가 죽은 뒤에는 시인으로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인 구상은 “모더니즘의 맏형인 TS 엘리엇이 은행원으로도 훌륭했으니
기업가로 일가를 이룬 김광균이야말로 한국의 엘리엇”이라고 말했지요.
김광균은 한국엘리엇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어제와 오늘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같은 눈 소식은 없습니다만
그제는 소설(小雪)이었습니다. 조상들은 소설 무렵 첫눈이 오고, 추위가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小雪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고도, 소설 때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고도 했습니다.
小雪은 아직 햇볕이 남아 있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추위를 준비하는 날이었습니다.

(출처: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425호 2009-11-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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