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길
김 완 하
네가 밟고 가는 길이 너의 길이다
네 발자국이 너를 따라 가리라
차갑게 빛나는 겨울나무 하나 네 뒤를 따르고
네 발자국에 괸 고독이 너를 밀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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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2
김 완 하
가장 먼 거리에서 아름다운 이가 있다
텅 빈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우리가 사는 날까지 소리쳐도
대답없지만,
눈감으면 다가서는 사람 있다
별 · 3
김 완 하
진실을 향한 고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한세상 무너지며 달려와
빈 가슴으로 설 때,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이여
온 하늘을 위하여
태어난 그 자리를 지키며
일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별은 왜,
어두운 곳에 선 이들의 어깨 위로만
살아 오르는가
휩싸인 도시를 빠져 나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만 빛을 뿌리는가
숨죽여 흐르는 찬 강물에 누워
이 한밤 새도록 씻기우는 별빛,
새벽이 닿아서야
소리 없이 강심을 밀고 올라와
가장 맑게 차 오르는 별을 본다

그리움
김 완 하
저 산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네
산으로 서기 위해 저 절벽도
이 강물 속으로 무시로 무너져 내리곤 하네
그것을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안개에 싸인 새벽녘 산과 강이
은밀히 뒤엉켜 누웠다가
후두둑 깨어나곤 하지
그 때 산은 젖은 어깨 흔들어
온 산의 풀잎에 이슬 맺힌다네
그 때마다 나무들 일제히 힘차게
강물 쪽으로 뿌리를 뻗는다네
그 뿌리의 힘으로 산은 서 있네
- 시안 2000 여름호
김완하 시인.
경기도 안성 출생. 198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비평집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중부의 시학> 출간. 계간 <시와 정신> 편집인 겸 주간,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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