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 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이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 황동규의 ‘시월’ 전문
차이코프스키 · ‘10 월’ · 4계(四季) 작품 37 10번 ‘가을의 노래’
Tchaikovsky - Octobre - Chant D''automne (The Seasons Op.37b)
10월, 클림트(Gustav Klimt)의 위 그림 '너도밤나무숲(Beech Forest)'
과 황동규의 ‘시월’ 시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계절, 10월.
커피향과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가을!
바삭바삭 찾아오는 가을의 분위기 마음껏 즐기시기를….

차이콥스키의 ‘10월’, 쓸쓸하도록 깨끗한 타건은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지상으로 내려 앉는 나뭇잎의 하강을 묘사하는 것 같다.
땅에 내리기 전 나뭇잎은 한 줄기 바람에 실려 공중을 나부끼며 제 추락의 운명을 탄식하는 듯도 하다.
그러나 결국은 순한 짐승처럼 바닥에 몸을 눕히고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인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차이콥스키의 ‘10월’에서는 그리고 절집의 새벽 목탁 소리가 들린다. 황동규의 시 ‘시월’ 이 떠오른다.
시인이 아직 갓 스물의 대학 신입생이던 1958년 2월, <현대문학> 에 실린 데뷔작이다.
그러니까, 50년 전이다.
- 최재봉의 문학풍경, ‘10월의 노래’와 ‘시인들의 10월’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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