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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 대하여 · 이하석

2011.09.01 16:30

유봉희 조회 수:668 추천:57



깊이에 대하여

··· 이하석(1948 - )


자판기 커피 뽑는 것도 시비꺼리가 될 수 있는지,
종이컵 속 커피 위에 뜬 거품을 걷어내면
"왜 거품을 걷어내느냐?" 고 묻는 이가 있다.
나는 "커피의 깊이를 보기 위해서" 라고 대답한다.
마음에 없는 말일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무슨 근사한 깊이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단치 않는
깊이에도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 준다. 모두 얕다.
기실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대단찮은 깊이까지
사랑한다 해도, 커피는 어두워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실 어둠의 깊이를 얕볼 수 없다.
싸고 만만한 커피지만, 내 손이 받쳐 든 보이지 않는
그 깊이를 은밀하게 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걸 누가 쉬이 들여다볼 수 있단 말인가?.


시 · 이하석 - 194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으며,
1971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녹』, 『고령을 그리다』, 『것들』,
『상응』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