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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2006.06.21 04:31

유봉희 조회 수:643 추천:104


방패
유 봉 희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라
네바다사막의 키 큰 선인장은
온몸에 독 오른 바늘 꽂고
엄한 경계령을 내린다
바람이 만들어 낸 모래무덤을 등진 채
손을 올려 잡인의 접근을 막는다
살을 태우는 갈증과
뿌리째 흔드는 혹한의 바람을 지키는
방패인양
허옇게 부푼 표피를 연신 손으로 떼어내며
상처뿐인 삶의 훈장을 온몸에 걸어 놓는다

다가가는 발걸음마다
우수수 우수수
무너지는 모래밭에서
나는 문득 제 키를 지키기 위해
사막 깊이 깊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선인장의 뿌리를 생각한다
촘촘히 박힌 잔가지 사이
터진 살갗 사이로
푸른 핏물 반짝이며 돋아나는
선인장의 새 살을 생각한다

잡인 엄금!
네바다사막 한가운데서 나도 선인장이 되어
나의 뿌리를 만져본다.




유봉희 제 1 詩集 소금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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