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년의 걸음

2006.06.21 07:27

유봉희 조회 수:1589 추천:132

몇 만년의 걸음

유 봉 희

저 산의 높이가 허공의 손짓만은 아니다
잉걸불로 솟던 한때
이제 오랜 멈춤인 저 높이가
어느 서늘한 열정의 발원지를 건드렸는지
눈발, 무진무진 쏟아진다

우리는 문득 별처럼 어둠 속에 멈추어서
손바닥에 눈을 받아본다
먼길 돌아온 숫눈의 반짝임을 지켜본다
이제 물방울로 떨어져
기나긴 회로를 다시 시작하겠지만
아무도 그 아득한 길을 말로 하지 않는다

발 아래 고즈넉이 앉아 있는 돌
둔덕에 구르는 뿌리 없는 나무통도
몇 만년의 걸음이라니
우리는 일초마다 눈을 깜박거리며
그 걸음에 발을 얹었다
눈은 나리고 또 나려
몇 만년의 걸음을
반짝이는 숨죽임으로 만들고 있다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이 게시물을

리치 텍스트 편집기, editor1

에디터 툴바▲

도움이 필요하면 ALT 0 을 누르세요

◢요소 경로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

글쓴이 비밀번호 홈페이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	바람새 위로 달 떠오르다 - 新作 [1]	유봉희	2010.08.04	2064
55	끝 [1]	유봉희	2010.04.28	14766
54	세코이아·Sequoia 숲의 낮과 밤	유봉희	2010.04.13	1609
53	그렇더라도 할 수 없어 - 新作	유봉희	2010.03.28	1778
52	행간(行間) 읽기 - 新作	유봉희	2010.03.28	1449
51	기울다 - 新作	유봉희	2010.03.28	1337
50	허공과 허공이 손을 잡다 - 新作 [1]	유봉희	2010.08.04	1628
49	디아불로에서 만난 여우 [1]	유봉희	2008.09.29	1756
48	다시 시작할까요	유봉희	2010.01.22	1236
47	숲으로 가면	유봉희	2010.01.22	1201
46	동반자	유봉희	2007.12.16	1453
45	A Reply Several Millennia Ago	유봉희	2007.04.05	2827
44	Song of Heaven [1]	유봉희	2007.04.05	1776
43	그들의 거푸집	유봉희	2008.02.15	1386
42	자연의 다리	유봉희	2010.01.22	1151
»	몇 만년의 걸음	유봉희	2006.06.21	1589
40	홍시 만들기 [1]	유봉희	2006.06.21	1955
39	싹눈 키우는 법	유봉희	2006.06.21	1123
38	동전	유봉희	2006.06.21	1644
37	케이지 후리 계란	유봉희	2006.06.21	1004

첫 페이지 1 2 3 끝 페이지

쓰기

태그

몇 만년의 걸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