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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비 스트리트 / 송기한교수 (대전대) 해설

2007.08.08 17:57

arcadia 조회 수:906 추천: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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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쉬비 스트리트   



유 봉 희

버클리 바닷가에서 언덕쪽으로 오분 거리
책을 읽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며
두어 시간 머리 식히기 좋은 애쉬비 스트리트가 있다
십년 넘게 이 거리에서 산다는 폴
자잘한 살림 도구를 몽땅 카트에 실어 옆에 놓고
따뜻한 거실인양 땅바닥에 편안히 앉아 있다
꽃나무들은 이 거리만큼이나 나이 먹어
지붕 위로 꽃구름을 피우고
햇빛은 나무 잎에 앉았다가 순하게 떨어진다
가끔은 바다 안개가
무거운 몸짓으로 떠날 줄 모르는 날도 있다
그러면 패트리시카 라는 러시아 식당으로 들어가서
보슈 숩 한 그릇으로 몸을 녹인다.
그래도 몸이 녹지 않으면 보드카 한 잔을 시켜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겨 거리를 내다볼 일이다

어제 휴가에서 돌아와
오늘은 오버 타임을 해야 한다는 폴
동냥 바구니가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
거리도 쓸어보고 떨어진 종이도 줍는다
누군가 건네준
5불짜리 지폐가 동냥 바구니에서
폴의 자존심인양 얼굴을 들고 있다
그의 입에는 비틀즈 노래가 줄줄이 매달린다
항상 반음이 처지는 그의 노래
그 가락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입으로 금방 옮겨간다.
사람들이 돌아간 후에는.
밤바람이 낮은 휘파람을 불며 거리를 거느린다.


- 문학과 창작 · 추천작 · 2001/10/02


   Ennio Morricone -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송기한 교수 시 평론 (대전대. 평론가)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일상의 한 단편서에
시적인 순간, 시적인 장면을 뽑아내는 것이야 말로 시인의 재능이자
시인이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애쉬비 스트리트>라는 그저 평범한
거리의 하나를 끌어내어 그것을 시적인 장소이자 거리로 만드는 힘이
시인의 시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시인은 먼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오히려 낙오자라고 외치는 삶을 복원하여 그의 실존과 내면을 살려낸다.

시인을 통해 그는 단순한 '거지'로부터 '자잘은 살림 도구를 몽땅 카트에
실어 집을 '버린' 그리고 거리 전체를 '자기 집'으로 삼은 특별한 자아로
새로이 창조 된다. 시를 통해 '폴'은 형편없는 거지'가 아닌 인생을
자기 나름의 개성으로 살아가는 특수한 실존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이야 어떻든 시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계가 아닐수 없다.
또한 시가 만들어내는 시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바다안개' 가 '무거운 날' 패트리시카 라는 러시아 식당을 찾는
'폴'을 상상해 보자. 그리고 '보슈 숩' 이나 '보드카 한잔' 을 청하는
'폴'을 상상하는 데 이르면 시가 전하는 인생의 단면을 성찰하게 된다.
<애쉬비스트리트>는 인생이 담고 있는 허무와 고독, 그리고
따뜻함과 아득함을 은은하게 형상화 하고있다. (201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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