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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다야불로에서 만난 여우

2007.09.06 10:17

arcadia 조회 수:582 추천:35

       The Fox I Met on Mount Diablo Eu, Bonghee 

  마운트 다야불로에서 만난 여우

유 봉 희


나무와 풀들은 따라오기를 포기한 산등성
송곳니 같은 바위들만 높게 낮게 앉아서
바람을 잘게 부수고 있다
바위 뒤에서 빠른 속도로 한 물체가 지나간다
조금 후 서서히 몸체를 드러낸다
길게 부풀려진 꼬리, 뾰죽한 얼굴
저것은 여우다

돌 하나 집어 던지면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거리
그의 걸음은 너무나 태연하다
잠깐 맞춘 눈도 고인 물처럼 흔들림이 없다
저 조용한 몸짓은 믿음일까 본성일까
인디언들이 성인식을 올리는 밤이면
도깨비불로 타올랐다는 이 산등성이에서
인디안을 지켜보며 불붙던 야성의 눈빛도
일정 거리를 지켜 서성거리던 걸음도
이제는 볼 수 없다

홀연히 끌어 당겨진
그와 나와의 거리
그러나 그의 마음자락은 한 치 앞도 읽혀지지 않는다
오늘, 태양이 제 몸의 한 부분을 터트려
붉은 하늘을 연다는 밤
과연 그는 그의 눈에 불을 옮겨 담을 수 있을까

나는 짐짓 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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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You 『오직, 당신만이...』l Giovanni Marradi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2002년 『문학과 창작』 당선. 시집 『소금 화석』 click here!


The Fox I Met on Mount Diablo

by Eu, Bonghee
trans.  Michael Kim



On top of the mountain ridge where trees and grasses give up

  climbing
Canine-like rocks, sitting high and low
Crushing the wind into small pieces
Something swiftly passes behind the rocks.
A moment later, it exposes itself gradually
A long, furry tail, a pointed face
Ah! That is a fox
At a distance, literally within a stone's throw.

But, his gait is so composed!
His motionless eyes are calm like pooled waters
Even when my eye made momentary contact with his.
Would that composed posture be faith or by instinct? 
I wonder. 

On top of the mountain ridge
where Indians hold the coming of age caused the phantom's flame
He must have watched them with burning flames in his eyes
And now, there being no more of his wild eyebeams
No more loitering gait that kept certain distance.

All of sudden, the distance between me and the fox shortens
But I can not fathom his mind a bit.

Tonight, when the sun burst half of its body to open a crimson sky
I wonder if he will draw some flame into his eyes.

I surreptitiously walk away
Where he can not se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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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em & photo: 유봉희 시인 at the Rockies Snow Ice Glac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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