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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길
2007.10.12 06:35
성묘 길
이 용 애
어머니
국화 향이 참 좋다
말씀 하셔야지요
왜 이제야
찾아 왔느냐고
꾸짖어 주셔야지요
무덤 위에 돋은
씀바귀를 뽑는 제 손이
왜 이리도 서러운지요
한줄기 차가운 바람이
산모롱이를 돌아 나와
제 뺨을 스쳐 갑니다
무덤 가 향나무도
한차례 몸을 떨고 섰습니다
오늘같이 맑은 날은
밤이 되면
달이 더 가까이 뜨겠지요
어머니, 달이 밝은 가을밤이
더 외롭지 않으셔요
제가 지구 저 쪽에서
그렇듯이 말입니다
어머니가
외롭게 누우셔서 바라보시는
그 달을, 저도
같이 본다고 생각하셔요
그러면 조금
가슴이 따뜻해
지실 겁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달을 볼 터입니다
지구 저 쪽에서
달이 뜨는 밤마다, 어머니
-- < 문학세계 > 2000년 겨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