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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놀라움> 주여, 때가 왔습니다
2016.12.24 05:48
삶의 놀라움
“주여, 때가 왔습니다./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릴케 (Rilke, Reiner Maria, 1875-1926/가을날>
<경건한 분위기의 서정시로 종교적 형이상(形而上)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낭만적, 신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비유와 상징으로 심상에 어리는 시상 위에 가을이 주는 자연적 요소에 더욱 간절함을 담아 주님께 아뢰고 있다. 특히 가을은 성숙을 향해 달리는 계절이지만, 그만큼 고독하여 낙엽처럼 흩날리는 계절이다. 그로 하여 과일이 익듯 사람도 불안 중에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가을이 무르익어 있다.>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가을에는/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굽이치는 바다와/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金顯承 1913~ 1975/가을의 기도>
<종교적, 사색적, 명상적 성격을 띄고 경건한 마음 자세로 절대자를 향한 간절함을 나타내고 있다. 가을을 분위기로 하여 사색적, 명상적 성격이 돋보이는 신앙시이다. 기도자의 자세는 진실된 삶을 추구하는 절대 고독의 겸허한 모습이다. 이는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에서 내적, 외적으로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시상은 고독을 시각적으로 또렷이 보여주는 것이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포화(砲火)에 이지러진/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金光均 1914-1993/秋日抒情>
<한 편의 가을풍경을 보는 듯, 회화적인 특성이 농후한 작품이다. 이런 경향을 띈 시로서 효시를 이루는 현대시로 평가 받고 있다. 서정시, 주지시로서 공감각적 심상을 그려내고 있다. 서구문명의 분위기가 새롭게 나타나 있다. 특히 “넥타이”는 시어로서 당시에는 특이한 사용에 꼽힌다.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는 가을날의 고독을 긋는 외로운 획이다>.
“맑은 햇빛으로 반짝 반짝 물들으며/가볍게 가을을 나르고 있는/나뭇잎/그렇게 주고받는/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微笑)로도/이 커다란 세계를/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믿게 해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모아쥔 아가의/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주십시오//이렇게 살아가는/우리의 어제 오늘이/마침내 전설(傳說) 속에 묻혀버리는/ 해저(海底)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달에는/은도끼로 찍어낼/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할머니의 말씀이/영원히 아름다운 진리(眞理)임을/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어렸을 적에/불같이 끓던 병석
에서/한 없이 밑으로만 떨어져가던 그토록 아득하던 추락(墜落)과/그 속력(速力)으로/몇번이고 까무러쳤던/그런 공포(恐怖)의 기억(記憶)이 진리(眞理)라는/이 무서운 진리(眞理)로부터/우리들의 이 소중한 꿈을/꼭 안아 지키게 해주십시오.” <鄭漢模 1923-1991/가을에>
<가을의 기도를 소재로하여 밝은 소망을 기원하는 기도시이다. 현대문명에 대한 낭만적, 주지적, 기구적, 비판적 경향을 띄고 있으며,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심상으로 이어져 있다. 인간의 본질적 순수성 위에 불안을 뛰어 넘은 평화를 갈구한다. 휴머니즘의 경향이 짙다. 시에 동화적 모티브를 곁들여 인간성을 옹호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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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에 먹을 것을 채우지 않아도 배부른 가을/시인은 가을에 시를 쓴다/배부름 속에 허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영글어가는 들곡식/울타리 안에서 여름 태양의 추억처럼 빨갛게 익는 감 가을은 자연이다. 가을을 통해 인생을 보니, 인생 역시 자연이다. 시는 이런 자연을 넘나들며 생명을 노래하고, 죽음을 노래한다. 아- 가을이야말로 진정으로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감동의 순간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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