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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여울> 표절시비

2016.12.24 06:19

최선호 조회 수:8

 

 

<글여울> 표절시비(剽竊是非) 7-18-13

       

                 성악(聲樂)과 스포츠는 표절(剽竊)이 안 된다. 누구도 이를 표절할 수가 없다. 즉석에서 시청각에 호소하여 이루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예작품이나 학술논문 따위는 작자나 필자의 의도 여하에 따라 가능한 것이 표절이다. 표절을 해야할 의도가 떠오르는 글을 아예 쓰지 않는 사람은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다. 문예작품이나 학술논문은 필자가 연구 노력한 결과를 고백(告白)한 순수(純粹)의 결과문(結果文)이다. 고백이야말로 순수와 솔직을 생명으로 한다. 이것은 필자 자신의 철저한 고백이어야 하는데, 어찌 남의 살을 떼어다가 내 살에 붙여넣고 이것을 남의 살이 아닌 내 살이라는 고백을 할 수 있는가. 남의 글이 내 글에 꼭 필요해서 따왔을 경우에는, 반드시 인용한 사실을 밝히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예의요 의무이다. 인용사실을 밝히는 것은 부끄러운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한 일이다.

인용사실을 밝히는 문장법은 매우 자세히 나와 있다. 문장부호는 물론, 그 방법까지도 명명백백하게 제시되어 있다. 인용에는 명인법(明引法)과 암인법(暗引法)의 뚜렷한 두 종류가 있다. 문예작품이나 학술논문의 경우에는 두 방법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수는 있으나 가능한 대로 암인법 사용은 피하는 편이 좋다. 암인법이란 인용된 부분의 출처나 출전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명인법은 출처나 출전(저자, 책 또는 글 제목, 인용된 부분의 페이지, 출판년월일, 출판사 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같은 부분이라도 한번만이 아니라 인용부분을 반복할 때마다 출처나 출전을 명시하는 것은 필자의 기본의무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미리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논문은 우선 자기가 연구한 분야를 떠나지 말고 연구한 분야에서 나타내야 할 내용과 줄거리를 잡아두고 차근차근 시작을 해야 한다. 연구한 분야가 시원치 않을 땐 억지 논문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경우 급히 서두르다가 저지르기 쉬운 것이 표절이다.       

문예작품이나 논문 쓰는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일은 절대 금해야 한다. 특히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영어로 논문을 쓰기 위해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고 하자. 이 논문이 완성 되었다면 이 것이 과연 누구의 논문인가? 이 논문은 글을 쓴 사람의 논문일 것이 분명하겠지만, 어느 누구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마냥 서글픈 일이다.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한국인이 한글로 논문을 쓰면 논문이 안 되는가? 논문심사위원이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면 한글을 아는 분의 심사를 거치는 일이 분명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언어롤 사용한 논문이냐보다는 논문이 취급한 내용이 무엇인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문에 쓰인 언어로 인해서 내용표현에 상처가 있다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학원에 따라서는 필히 영문표기를 필수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자기의 모국어를 사용함이 마땅하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이라고 해서 학위취득으로만 끝난 논문이라면 가치없는 논문이다. 그 내용이 학계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 학위를 받는 것으로 기능이 끝난 논문은 이미 사장(死藏)된 논문이다. 무가치한 글일 뿐이다.

문예작품이나 학술논문이나 그 글의 일부라도 표절이 있으면 이미 그 글은 완성된 글이 아니다. 표절은 양절(攘竊): 몰래 훔침이다. 그러므로 도작(盜作)이다. 어찌 나의 고백을 이렇게 남의 것을 훔쳐다가 거짓으로 할 수 있는가! ‘표절한 부분을 삭제해도 논문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만약 이를 인정하는 대학이 있다면 학교도 표절의 공범이 아닐 수 없다.       

1년에 한 차례씩 치르는 신춘문예(新春文藝)만 해도 당선된 이후,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표절이 발각되면 여지없이 그 당선을 취소해 버린다. 일반 문예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작품 중 표절부분을 삭제해도 작품으로 손색이 없으니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도 또한 공범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의 모 대학교는 논문검사기를 도입하여 표절여부를 점검한다고 한다. 어찌 생각하면 정확하게 비밀을 감출 수 없도록 하는 현대적인 장치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앞선다. 존엄해야 할 인간성을 기계에 의해 판단시킨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교육의 전당에서 인격교육 양심교육 인간존엄교육을 앞세워 표절뿐 아니라 비도덕적인 행위를 자행하지 않는 인물을 키워야 앞날을 내다보는 바람직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만약 논문검사기를 사용해서 표절여부를 가린다면 인간존엄이나 인격의 품위가 깨어짐은 물론, 윤색표절(潤色剽竊), 표절윤색(剽竊潤色)이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윤색검사기도 도입해야 할 것 아닌가. 인간의 도덕성이나 양심을 기계에 의존하는 일은 인간에게 주어진 본분을 회피하는 행위가 아닐지. 이는 마치 쥐를 잡으려다가 독까지 깨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최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