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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여울> 아버지의 마음

2016.12.24 06:56

최선호 조회 수:2

 

 

<글여울> 6-13-13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폭탄을 만드는 사람도/감옥을 지키던 사람도/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이는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전문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정신과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을 시로 형상화하여 독특한 시세계를 이루었다. 1시집김현승시초 金顯承詩抄≫(1957)와 제2시집옹호자(擁護者)의 노래≫(1963)에 나타난 전반기의 시적 경향은 주로 자연에 대한 주관적 서정과 감각적 인상을 노래하였으며, 점차 사회정의에 대한 윤리적 관심과 도덕적 열정을 표현하였다.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들의 특징은 가을의 이미지로 많이 나타나는데, 덧없이 사라지는 비본질적이고 지상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꽃잎·낙엽·재의 이미지와, 본질적이며 천상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뿌리·보석·열매의 단단한 물체의 이미지의 이원적 대립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표현한 시적 방법의 특징은 절제된 언어를 통하여 추상적 관념을 사물화(事物化)하거나, 구체적 사물을 관념화하는 조소성(彫塑性)과 명징성(明澄性)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후기 시세계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제3시집견고(堅固)한 고독≫(1968)과 제4시집절대(絶對)고독≫(1970)의 시세계는 신에 대한 회의와 인간적 고독을 시적 주제로서 줄기차게 추구함을 보여준다.

절대 고독으로 널리 알려진 고독의 시인 김현승의 이 시가 풍겨주는 서정적, 서술적, 비유적, 상징적 매력은 이 시의 품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우선 조용한 분위기에 차분한 정서의 어조가 마음에 감돌아 주어, 아버지의 체취를 느끼는 듯하다. 첫째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아버지가  나의 주변에 살아계시는 확실한 존재 이유가 된다.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처럼 희생정신이 넘친다. 아버지가 참으로 외로운 존재이며  안 되었다고 느껴질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만은 아버지는 참으로 고맙고 위대한 분이시다. 안 계시면 안 되는 분이시다. 이런 아버지가 요즈음 세상에는 소외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것은 자녀들의 무관심에서 오는 미숙이 아닐까 싶다. (최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