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에 가다 (5)
2006.09.03 09:04
동화가 가출해 버린 산타마을
관광객 포켓 속에서 금을 캐는 금광
동화속의 세상, 산타 할아버지가 산다는 North pole로 향했습니다.
지구촌 어디에서라도 산타크로스에게 편지를 띄우면 배달되는 곳,
동화속의 나라를 찾아 숲속 길을 헤치며 들어가니
거기 북유럽풍의 아담한 집이 있고
전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길옆에
뿔이 유달리 큰 루돌프 사슴 몇 마리와 산타가 타는 썰매가 있었습니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동화속의 세상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통나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산타 할아버지가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사진을 찍으려고 줄 끝에 서서 보니
어떤 사람은 산타가 자기 발밑에 앉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게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애인처럼 꼭 껴안고 직기도 하고
사진 찍는 방법이 각각 달랐습니다.
조금 후에 알았지만 산타의 옆에 놓인 돈 통에 얼마짜리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사진 연출방법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요즈음 산타는 돈을 몹시 좋아하는구나 하고 씁쓸히 웃고 있는데
마침 어린 소녀가 인형 하나를 들고 산타에게 와서 선물로 갖고 싶다고 하니
옆 계산대로 보내는 것을 보고는
모처럼 빠져 들어갔던 동화속의 세상에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고 바깥세상으로 쫓겨나고 만 기분이었습니다.
훼어뱅스로 돌아가는 길에 El Dorado Gold Mine 이라는 금광에 들렸습니다.
한때는 금을 찾아 알라스카로 모여든 사람들의 꿈의 보금자리 이었다는 엘도라도 금광이
지금은 잡초만 무성할 뿐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돈 몇 푼으로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관광객 1인당 30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옛날 광부들의 채광현장과 선광장의 선광 시범을 보고 나면
금가루가 섞인 흙주머니 하나씩을 받아들고 각자 수세식 선광장에서 금을 일구어내면
접시바닥에 남는 금가루를 모아 각자에게 목걸이를 만들어주는데 그 수수료가 50불입니다 .
자기가 캐낸 금이라는 희소가치와 금에 대한 인간의 소유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한 상술이었습니다.
한때는 알라스카 제일의 금광 엘도라도가
지금은 관광객들의 주머니에서 금을 캐는 것을 보면서
또 한 번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이 금을 찾아 모여드는 것은
켈리포니아가 대표적인 예이지만
알라스카도 19세기 말에 골드러시 선풍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귀한 땅에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골드러시선풍을 일으켰는데
기후의 악조건 때문에 켈리포니아처럼 큰 성공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금이 미국인들에게
알라스카를 알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건 분명합니다.
불모의 땅 알라스카를
동경의 땅 알라스카로 바꾸어 놓은 건
19세기말의 금
1940년대의 2차 세계대전
1960년대의 검은 황금 석유
이 세 가지가 알라스카를 오늘의 위치로 끌어 올려놓은것입니다.
(다음은 알라스카의 야생을 만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