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랑하는 랭보 상’ - '구멍난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나는 떠났네'
나의 방랑
아르튀르 랭보 · Arthur Rimbaud(1854 - 1891)
헤진 주머니에 손 찌르고 나는 떠났네
관념만 남아가는 외투 걸치고
하늘 밑을 떠돌았네, 시의 여신의 종복이 되어!
오, 랄라, 얼마나 멋진 사랑을 꿈꾸었는지!
단벌바지엔 구멍이 숭숭 뚫렸네
난 동화 속 꼬마 몽상가, 길가에 운율 뿌리고
큰 곰자리에서 묵었지
머리 위 별들이 부드러이 살랑거리면
난 별들의 소리를 들었지, 구월의 멋진 저녁
길가에 앉아, 취하게 하는 술처럼
얼굴에 떨어지는 이슬방울 느끼며
환상적인 그림자들 속에서 운을 맞추며
한발을 가슴 가까이에 올리고
나는 리라 타듯 헤진 구두의 끈을 잡아당겼네!
감 각
여름의 상쾌한 저녁, 보리이삭에 찔리우며
밭을 밟고 오솔길을 가리라.
꿈꾸듯 내딛는 발걸음, 한 발자욱마다. 신선함을 느끼고,
모자는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는구나!
말도 하지 않으리. 생각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사랑만이 솟아오르네.
나는 어디든지 멀리 떠나가리라, 마치 방랑자처럼.
자연과 더불어,─ 연인을 데리고 가는 것처럼 가슴 벅차게!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경험하고 아는 견자(見者)가 되어야한다. 나는 불멸을 찾아 떠난다. 나는 타인이다>
고집스럽고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와 가정을 돌보지 않고
떠돌았던 장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랭보는 어릴적부터 문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지만 꽉 막힌 부모와 답답한 시골 생활은 그를
끊임없이 밖으로 내몰았다. 아니, 타고난 방랑자이자 반항자였던
그는 16세에 베를렌을 만나 동성애에 빠지고 결국 그만의 ‘견자지론’을 앞세워 온갖 방탕함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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