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命의 書 · 유치환

2011.02.12 10:41

arcadia 조회 수:558 추천:18




Dido · 生命의 書     - 柳致環






















































生命의 書











    나의 知識이 毒(독)한 懷疑(회의)를 救(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愛憎(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病든 나무처럼 生命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亞刺比亞(아라비아)의 沙漠(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白日이 不死神 같이 灼熱(작렬)하고

    一切(일체)가 모래 속에 死滅(사멸)한 永劫(영겁)의 虛寂(허적)에

    오직 알라의 神만이

    밤마다 苦悶(고민)하고 彷徨(방황)하는 熱沙(열사)의 끝.




    그 烈烈(열렬)한 孤獨(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運命(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對面ㅎ게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生命이란

    그 原始(원시)의 本然한 姿態(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砂丘(사구)에 悔恨(회한) 없는 白骨을 쪼이리라.








    生命의 書     - 靑馬 柳致環 - 동아일보(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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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hia KHAIRI(1918 - 1986) - Mahla lay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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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靑馬 柳致環, 1908~1967) 시인의 작품 가운데 애송시 후보를 꼽으라면,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는 시 '행복' 을 떠올릴 독자도 있겠다.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라는 구절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는 편지의 고수(高手)였다.
일본 유학시절, 주일학교에서 만난 소녀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후일 그 소녀와의 결혼식 때 들러리를 섰던 화동(花童)이 먼 훗날 '꽃'의 시인으로 유명해진 김춘수였다.
시조 시인 이영도에게 보냈던
편지들은 책으로 묶이기도 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날 어쩌란 말이냐" 나,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냐" ('그리움')와 같은 절절한 연시들은
바로 사랑의 편지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그러나 이런 '사랑의 시인' 과는 사뭇 다른, '의지의 시인' '허무의 시인' 의 면모
가 유치환의 진면목에 더 가깝다.
형이상학적인 역설을 근간으로 하는 '생명의 서' 는 유치환 시 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생명이 부대끼는 병든 상태에서 무생명의
공간, 바로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 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역설이다.

사멸·영겁·허적 등의 관념적 시어가 사막의 무생명성을 강조한다.
또한 열사의 끝
그 '영겁의 허적' 속에 '호올로' 맞는 고독이 열렬하다는 것,
생명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회한 없는 백골'이 될 때까지 배우겠다는 것에서도 생명에의 역설은
두드러진다.
모든 생명의 본연은 무(無)다. 생명의 시작은 죽음의 끝과 이어져
있다.
그러기에 사멸의 땅 사막에서 근원적 생명을 배우려는 것이리라.



대낮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영겁의 시간이 층층이 새겨진 사막의 적막,

그 열렬한 고독 한가운데서 영원한 생명에의 충동이 샘솟는 단독자(憺者)가 있다.

물 한 줄기 찾을 수 없는 사멸의 사막 끝을 생명에의 의지를 등에 지고 낙타처럼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생명의 '서(書)'에는 생명이 충만한 삶의 서(序)
와 서(誓)뿐만 아니라 경전의 의미까지도 담고 있다.
그의 시는 형이상학적 전통이 희박한 우리 현대시사에서, 드물게도 인간의 의지 혹은 정신적 높이의 한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를 '생명파 시인' 이라 부르는 까닭이고 '사막' 하면 그의 시가
떠오르는 까닭이다.



-해설. 정끝별·시인 2008.03.25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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